잊지 못할 생일선물

점심을 먹고 딸아이가 중국어학원으로 가고 조금후에 나도 컴퓨터학원으로 가려고 집을 나섰다. 하늘에선 금방이라도 비를 쏟을듯이 잔득 찌뿌려 있고, 아파트 단지안에 있는 세 그루의 벚꽃나무는 살랑바람에 하얀 눈물을 쏟는다. 흰 꽃잎이 너울춤을 춘다. 화단에는 옹기종기 모여앉은 철쭉가족이 봉긋봉긋 꽃망울을 맺였다. 진분홍빛 꽃방울이 너무 예뻐서 나는 가던길을 멈추고 한참동안 쳐다 보았다.봉우리진 철쭉을 들여다 보노라니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다. 헤아려 보니 벌써 재작년 일인가 보다. 뒷 베란다에서 삶은 빨래를 하고 있던 내게, 작은 딸아이가 살금 살금 다가 와서는 나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녀석의 장난에 너무 놀라서 "엄마, 간 떨어질 뻔 했다아" 하니까 딸 아이가 빙긋이 웃으며 엄마께 드리는 선물이라며 철쭉꽃 한가지를 내 손에 쥐어 주었다. 뜻밖의 선물에 나는 너무나 놀라서 딸 아이에게 그냥 고맙단 말만 하고 철쭉꽃을 받아 들었다. 그리곤 멍하니 있다가, 아이에게 물었다. "찬은아, 어떻게 엄마한테 꽃 선물을 할 생각을 하였니?" 딸 아이가 수줍은 듯 몸을 비비 꼬며 말하였다. "며칠전에 엄마 생신이었잖아요, 그때 선물 안 드려서 엄마가 섭섭해 하신 것 같아서 이거라도 엄마 드리려고 꺽어 왔어요. 집 근처에 있는 철쭉꽃은 시들어서 101동 쪽에서 꺽어온 거예요" 아이의 대답에 그만 눈물이 핑그르 돌고 말았다. 아직은 철부지 어린애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런 깊은 생각을 다 했다니 대견스러웠다. 아이의 마음씀이 너무 예뻐서 나는 아이를 꼭 안아 주었다. "아이고,이쁜 내 강아지, 기특한 것, 엄마는 네가 어린애인줄로만 알았는데...” 오늘, 봉긋 봉긋 꽃망울이 솟아오른 철쭉가족들을 보니 다시금 그때일이 생각나서 마음이 울컥해졌다. 나는 그때 딸 아이에게 선물로 받은 철쭉꽃가지를 버리지 못하고 두꺼운 책갈피 속에 넣어 두었다. 그리곤 가끔씩 그걸 꺼내서 들여다 보곤 한다. 진분홍 꽃잎이나 잎파리도 색깔이 변색이되고 향기도 사라져 버렸다. 삐쩍 마른 볼품없는 꽃으로 변했다. 그러나 나는 그걸 보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생긴다. 그것을 보면 딸 아이의 볼우물도 볼 수 있고 귀여운 목소리도 들리는 듯 하다. 그 작은 손을 내밀며 선물이라던, 부끄러운 미소로 내게 전해 준 딸 아이의 선물은 내 평생 최고의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그때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로 나를 감동시켰던 딸 아이 녀석은 일곱 살로 유치원생이었다. 이년이 흐른 지금, 그 녀석은 초등학교 이학년이 되었다. 여전히 나를 감동 시킬 줄 알고 소소한 것에도 마음을 나눌 줄 아는 착한 딸이다. 돌아오는 내 생일날엔 그 녀석이 어떤 선물로 나를 감동 시킬 것인지 벌써부터 설레인다. 2003. 4. 7. 흐린 오후에 익산시 영등동 우미 아파트 103동 201호 류 미 숙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