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소리축가(?)

해마다 이맘때면 저희결혼식에 회사동료들이 불러주었던 축가생각에 다시한번 결혼식장면을 떠올리며 웃곤합니다. 결혼전 저는 작은 귀금속회사에 다녔는데 회사가 귀금속쪽이다 보니 아무래도 남직원 보다는 여직원이 많았고 대부분이 저랑 나이가 비슷한 갓졸업을 한 새내기들 이었어요. 입사하고 일년쯤 지나 전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하게되었는데 저보다 더 설레고 들떠있었던건 바로 저희 회사 여직원들 이었어요. 직원들중 제가 처음으로 결혼식을 치르는데 뭐 좀 색다른 이벤트가 없을까 고민고민 하다가 축가를 불러주고 싶은데 어떠냐며 묻더라구요.. 솔직히 전 좀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동료들이 그날의 분위기를 상상하며 다들 너무 들떠 있어서 괜찮다는 말 대신 "나야 정말 좋지.근데 좀 연습할려면 힘들지 않겠어?"하고 얘기를 했는데 동료들 모두 한결같이 야근을 해서라도 열심히 연습할테니 걱정말고 저한텐 결혼준비나 열심히 하라고 하더군요.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회사에서 그래도 노래꽤나 한다는 동료 3명이 축가를 부르기로 결정이 되었고 그날부터 매일 점심시간이면 회의실에서 연습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죠. 저도 결혼준비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축가는 알아서 잘 연습하겠거니 생각하고 드디어 결혼식 당일 .. 평생에 한번뿐인 결혼식에서 떨지않는 신부는 없다지만 전 그날 별로 떨리지도 않았고 눈물은 커녕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신혼여행 떠날 생각에 마냥 웃음이 났습니다. 거기까진 그래도 좋았다구요. 드디어 주례사가 끝나고 사회자의 소개로 신부친구들의 축가가 있겠습니다라고 말이 떨어지자 제동료들이 셋다 얼굴이 잔뜩 굳어서 피아노옆에 서더군요. 반주와 함께 시작~~~~ 다들 너무 긴장해서인지 아님 식장이 사람들로 너무 어수선 해서인지 노랫소리는 거의 들리지않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뒤에서 "도대체 축가를 부르는거야?무슨노래인지 하나도 안들리네"라며 소곤대기 시작했죠. 그런 사람들의 웅성임에 동료들은 더 자신감을 잃었는지 급기야는 가사를 까먹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거기다가 피아노반주했던 동료는 제가 서있는 곳에서 봐도 표시가 날 만큼 몸을 떨며 정신없이 반주를 해서 노래와 속도도 안맞고 그런 본인들의 실수에 웃음을 참지못하고 킥킥대는 동료들... 자랑 신랑요 처음엔 손을 잡고 경건한 마음으로 들으려다가 급기야는 둘다 고개를 숙이고 피식피식 웃어버렸죠. 아무것도 모르는 시어머니께서는 자리에 앉아 조용히 "제네들 좋아서 죽네죽어.그래도 그렇지,어떻게 저앞에서 저렇게 웃을수 있어?야 니들좀 참았다 웃어라"하시며 계속 입을 가리는 시늉을 하시는 겁니다. 축가는 그렇게 끝이 나고 결혼식을 마치고 그친구들 하나같이 저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연발하며 다음엔(?) 정말 잘불러줄꺼라나요? 그땐 조금 민망하기도 하고 웃음이 나와서 차라리 부르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껄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나중에 비디오 촬영한걸 보니 밋밋한 결혼식에 정말 잊을수 없는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어 준것같습니다. 지금도 어쩌다 남편과 다퉜을때나 기분이 우울할때 그비디오를 보면 금새 기분이 풀리는 이젠 저에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결혼선물입니다. 그래도 여러분 ! 혹시 앞으로 결혼하실 분들은 친구들이 축가 불러준다고 하면 꼭 미리 한번 들어보세요. 언제들어도 너무 좋은 우리들의 영원한 축가 이정열의 "그대 고운 내사랑" 꼭 듣고싶어요.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605-2번지 육일식당 가을엄마가 참 얼마후면 저희 결혼기념일인데 올해 식구가 셋이 되었어요. 기념사진 찍고 싶습니다. 가족사진 촬영권 보내주심 감사 감사 또 감사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