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하세요.
일요일 오후 뒤늦게 친정에 다녀왔습니다.
남편과 차를 타고 가면은 30분 거리 밖에 안 되지만, 아이들 손잡고 버스 두 번 갈아타고 가려면 힘이 듭니다. 그리고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는 더욱 가기가 어려워, 이렇게 특별한 일이 있지 않고서는 시간을 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아빠~, 엄마~"우리 아이들이 부르는 소리가 아니고요, 서른이 넘고 두 아이의 엄마인 제가 지금도 철없이 아빠,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예요.
어머니, 아버지로 고쳐야 되는데 저는 아빠, 엄마라고 부르는 것이 참
좋거든요.
"아빠, 아빠가 저 보고 싶다고 하면은 금방 갈게요."
지금도 어린 아이처럼 부모님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저희 꼬마들이 어리광을 부리는 저를 보고서 놀리기도 해요.
일이 바빠서 이 번 어머니 생신 때 못 간다고 말은 했지만 마음에 걸려서
도져히 안되겠더라구요.
물론 평소에 보고 싶으면 아무 때나 볼 수 있다지만 생일 날 안 간다는 것은 너무나 마음이 편치가 않아어요.
시골 동네 다른 집처럼 형제 자매나, 일가 친척이 많은 것도 아니고 외롭게 생신을 보내실 부모님을 생각하니 마음에 많이 걸렸습니다.
친정 집에 가는 동안에도 "어디쯤 왔냐" 하고 두 번이나 전화를 하시는 아빠 "왜 그러세요. 제가 빨리 보고 싶으세요"
골이 깊은 아버지의 이마는 순탄한 인생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요즘은 많이 외로움을 타는 것 같아요. 몇 년 전 만해도 강한 모습 속에 보고 싶다, 사랑한다 라는 감정표현의 말은 들을 수도 생각 할 수도 없었는데요.
요즘은 "언제 올 거니 보고 싶다"라는 말씀을 하시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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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하루 밤쯤 잠을 자고 오면 좋으련만 그럴 여유도 없이 친정 집을 나섭니다.
친정 어머니가 쌓아 주신 보따리, 보따리마다 또, 그 속에 봉지, 봉지마다
생선, 나물, 된장, 고추장, 찌어 놓은 마늘, 돼지고기......" 등이 담아 있습니다.
심지어 친정 엄마가 선물로 받은 양말, 속옷까지 싸주신 걸 보니 더 속이 상했습니다.
시골에서는 시장을 한 번 가려면 손님이나 온다면 나갈까 그 외에는 시래기 된장국과 김치로 끼니를 드시는데 아껴 두었다가 드시면 좋으려만..... 찌어 놓은 마늘까지 다 싸 주신 봉투를 보니 눈물이 핑 돌아습니다.
싸 주신 물건들 하나 하나 정리를 하며 친정어머니를 생각하고 있는데 딸아이가
"엄마 내 주머니에 이것이 들어 있어요."하며 편지 봉투를 내밉니다.
눈에 익은 봉투 속을 확인하며 설마......아니겠지 하며 확인을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가 친정 어머니에게 준 봉투였습니다.
2남 1여의 장녀라고 하지만 부모님의 기대에 미치지도 못하고 철없는 나이에 결혼을 한다고 얼마나 마음을 아프게 해 드렸는지 모릅니다.
부모님의 마음을 알려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보아야 된다고 하더니
이제야 부모님의 마음을 알듯하니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결혼 9년 동안 친정일 보다는 시댁 일이 먼저였고, 부모님보다는 남편과 아이들이 우선 이였고 이번 명절도 당연히 시댁 식구들이 먼저였지요.
시댁과 친정의 애경사가 겹치면 더욱더 미안해집니다.
시어머니 생신과 친정 할머니 생신이 일주일 차이라 별 상관은 없을 것 같지만 시어머니 생신을 앞당기다 보면은 친정 할머니 생신은 그저 전화만 드릴뿐이고 또 시어머니 생신 선물을 준비하다가 보면은 할머니는 언제나 뒤 전이였습니다.
아버님 추도식 또한 친정 할아버지하고 하루 차이라서 가보지도 못하고 오히려 친정 어머니께서 아버님 추도식을 잊지 않고 선물을 꼭 준비를 해서 어머님께 같다드리라고 주신 답니다.
미안해하는 남편에게 "괜찮아요. 어머니 생일도 아니고 할머니 생신인데 뭐"하며 남편에게 이렇게 말은 하지만 좀더 적극적으로 친정 일을 챙겨주지 않는 남편에게 은근히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친정어머니도 "괜찮아 여기는 신경 쓰지 말고 잘 다녀오렴"이렇게 말씀은 하시지만 하나밖에 없는 딸이고 장녀인데 왜 섭섭하지 않겠어요.
두 손녀딸의 재롱을 보면서 흐믓해 하시는 무릎에서 아이들을 내려놓지를 않으셨어요.,
용돈도 미리 준비 해 두셨는지 빳빳 돈을 아이들에게 주시며 "맛난 거 사달라고 해"
저는 아이들 돈도 참아 받을 수가 없었어 준비한 용돈에 합쳐서 드리고 왔습니다.
저는 얼마 되지도 않은 봉투를 준비하면서 선물도 준비했는데, 3만원만 드릴까? 5만원만 드릴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봉투가 다시 제 손안에 있습니다.
만원을 빼었다 다시 넣었다 했던 내 자신이 한없이 밉기만 합니다.
자식과 부모의 차이는 이렇게 다르고도 다릅니다. 나 또한 내 딸들에게 무엇이든지 한없이 주고만 싶은 마음인데 바로 그 마음일까요.
아니 그 마음 더 크겠죠.
어찌 그 마음을 저울로 잴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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