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허물 벗는 여자 (5)

아이 데리고 목욕탕에 갔습니다. 쥬스 안사주믄 안간다고 튕겨대는 것을 보자니 이것이 증말.... 하다가도 그래...니가 그 재미읎으믄 무신 맛으로 때를 밀겄냐...하며 큰 맘 먹고 오렌지 쥬스를 하나 물려주고 데려갔습니다. 한가한 목욕탕 안의 모습은 들어가는 사람으로 하여금 여유롭게 하니 애써 자리 잡을려고 미끄러운 탕 안에서 뛸 필요 없으니 좋았습니다. 입욕하기에 좋은 곳으로 자리를 잡고 물 조금씩 받아서 씻고 있자니 아들이 옴마 응까! 하는 것입니다. 으이구 가지가지 하고 있네... 쥬스 사달랴...응까 마려우랴...아들아! 넌 참 바빠서 좋겠다. 하며 또 화장실에 가서 일 마치고 돌아와서 다시 벅벅 밀기를 시작하였는데... 하나의 정물화 같은 모습을 발견하였습니다. 우리 동네 새롭게 들어선 사우나에는 마치 피지 섬의 바닷가에서나 쓰면 딱일성 싶은 기다란 침대의자가 여러개 놓여있습니다. 그 침대를 한 중년의 여인이 자기 옆에 가깝게 하고선 더 늙은 할머니를 반듯하게 뉩힌채 조용히 닦아주고 있는 것입니다. 할머니의 늙은 육신을 바라보자니 아마 거의80은 가깝게 보일 만큼 아주 노쇠한 분이십니다. 힘없는 눈동자.... 핏줄이 다 드러나는 앙상한 손등.... 홀쪽한 뺨등을 바라보자니 아마도 늙어가는 고부 간인 듯 싶었죠. '어머니...시원허셔? 어뗘? 이곳도 밀어드릴까?' 며느리는 연신 할머니의 귀에 속삭이듯 다정스레 말을 건네고 응..응...씨연혀! 하며 만족한 대답을 하는 할머니... 세상에나...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이 또 있을까요? 저는 문득 서울에 계신 우리 시어머니가 생각이 났습니다. 가깝게 모시고 살았어도 그 떈 몰랐습니다. 그저 우리가 각박하니까.. 우리의 생활이 험준하니까... 나중에...나중에 모시자.. 나중에 잘 해드리자... 라는 마음 뿐이었는데... 저 며느리는 어쩌면 저렇게 시어머니에게 자상할 수 있을까... 나에게도 저런 모습으로 어머니를대할 날 이 올것인가? 저는 자문하였습니다. 어머니의 나체를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눕혀 놓은 채 마치 내 몸을 닦듯 이곳 저곳 정성스레 닦아주는 그 모습이 어느 기천만원 하는 화폭의 모습만 할 것인가... 이런 생각으로 제 몸을 박박 문지르자 금새 벌게지고 맙니다 잉? 너무 벅벅 밀었나? 아이고...아파라... 아들도 엄마 그만해.. 여기가 빨개졌잖아? 아들은 뭐라고 혼자 중얼거리면서 지 허벅지를 싹싹 문질러주는 엄마를 향하여 찢어져라 눈을 흘깁니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어머니가 그리워졌습니다. 고생하시는 시어머니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호떡 사먹고 싶던 돈 천원으로 어머니께 전화를 하였습니다. "잉? 우짠 일이고? 몸은 괘안나? 우야든동 잘 견디라..견디어내믄 그기 승리하는 기다..알겄제?" 어머니는 여전히 인내하는 삶만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맞구요. 어머니 잘 참아내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요 어머니 위해서 때 박박 문질러 드릴께요. 저는 허물벗는 여자이지만 또 허물도 잘 벗기는 여자이니까요. *^^* 신청곡 : 김범룡 * 그대 이름은 바람바람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