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을 손질하면서...

오전내내 앞 베란다에서 살았습니다. 며칠전부터 맘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일을, 드디어 오늘 했습니다. 여느때처럼, 저는 특별한 날을 제외하곤, 가족들이 각자 제 갈길로 떠나고 나면 집에 홀로 남아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깁니다. 어떤 날은 밥상을 한쪽으로 밀어놓고, 신문지를 뒤적거린다거나, TV에 시선을 고정시키는날도 있지만, 대부분은 MBC AM 라디오를 켜 놓고 오전일을 시작한답니다. ♩♪라~라~랄라~~~ 반짝이는 아침햇살 속으로~~ 여성시대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 음악과 함께, 앞뒤 베란다문을 활짝 열고 청소를 한답니다. 작년 겨울, 유난히도 추웠던 한파를 피해 우리집 거실 장식장 한켠을 차지하고 있던 화분들을 다시 베란다로 내 놓고, 간택받지 못해 베란다에서 겨울나기를 한 다른 여러개의 화분을 정리하는 작업을 오전내내 하였습니다. 마땅히 실내에 들여 놓을 장소도 마땅찮고 화분이 커서 그냥 베란다에 방치해 두었던 덩치 큰 화분 몇개가 지난 겨울 추위에 얼어 죽어버렸습니다. 앞집에서 얻어다 심은 고무나무와, 5년 가까이 키운 벤자민 한그루. 인유네 미용실 개업할 때 얻어 온 난 화분 두개. 얼어 죽은 이들의 잔해를 비우면서 어찌나 미안하던지... 조금만 마음을 썼더라면 이렇게 볼썽 사나운 모습으로 죽어 버리진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작년 겨울에 화려한 꽃을 피워 모든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 군자란은 큰 화분으로 옮겨 심으면서 퇴비도 듬뿍 넣어 주었습니다. 노오란 꽃술이 수염처럼 쭈삣 쭈삣 달려 있던 꽃을 피운 게발 선인장도 큰 화분으로 분갈이를 해 주고,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는 치자꽃에 쌓인 먼지도 닦아 주고, 가시가 달렸다하여 내다 버리라고 성화인, 남편의 성화에도 아량곳않고 키운 여러 종류의 선인장 화분들도 목욕을 시켜 주었습니다. 반들 반들하게 잘 닦아진 화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제 마음도 즐거워졌습니다. 저는 화초들을 가꾸며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합니다. 하찮은 식물들일지라도 이들도 사람과 같아서 주인이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보살펴 주면, 푸른 잎으로 신선함을 아름다운 꽃을 피워 향기로 보답을 한다고. 이렇듯 하찮은 식물들도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주면 보답을 하는데 하물며 사람은 은혜를 입으면 꼭 되갚을 줄 알아야 하리라. 그렇지 못한다면 인간이 아니라 생각없는 짐승과 다름이 없으리라. 2003년 3월 12일에~ * 이주영 작가님!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여러 사람들 글에 일일히 리플 단다는 것이 보통일이 아닐텐데... 수고가 많으시네요. 그 열정이 한결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익산시 영등동 우마 아파트 103동 201호 류 미숙 834 - 5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