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더위에 지친 저는 천변으로 바람을 쐬러 갔고 거기서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는 한 남자를 보았습니다. 어찌나 깨끗한 이미지였던지 그 사람에게서 오히려 산들바람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인연이 되려 했음인지 우리들은 가볍게 서로 인사를 나누고 함께 산을 올랐고 이후로 자주 만나 지금까지 사귀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전 그 친구를 참 좋아합니다.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을 제대로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늘 어려운 사람 편에 서려고 하는 그의 모습이 존경스럽기조차 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가끔 저를 곤혼스럽게 합니다.
우리는 둘다 교회를 다니지 않습니다. 저는 하느님의 존재를 믿지 않는 탓이고 그는 신의 존재를 믿지만 타락한 교회와 목사님과 거짓된 신도들의 모습이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한번은 제가 하느님이 어디 있느냐고 박박 우겼더니 슬그머니 등을 돌리고는 울고 있는게 아닙니까. 그리고는 나지막히 얘기하기를.."증명할수는 없지만 분명 존재하셔" 그래서 저도 그렇게 믿기로 했습니다.
두번째는 학창시절 얘기를 하던 도중 분신자살한 자신의 친구 얘기를 하면서였습니다. 운동권의 영웅주의가 철없는 학생들을 자살의 위험까지 몰아갔다면서 그 친구가 보고싶다고 울었습니다.
세번째는 바로 어제입니다.
취직 시험에서 떨어졌다고, 항상 자랑스러운 모습이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해서 미안하다며 전화기에 대고 울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저는 아무런 위로도 해 줄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다음에 더 좋은 일이 있을거라는 상투적인 말밖에는요. 가까이 있었으면 소주잔이라도 함께 기울여줄수있었을 텐데요.
너무 속상해 하지 말라고..
네가 아직 취직하지 않았어도 난 너를 좋아한다고, 그리고 언제나 내겐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운 사람이라구요..또 사랑한다는 말도 함께 말입니다.
대신 해 주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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