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고 두 딸을 얻었습니다.
큰아이가 15세, 둘째가 9세.
남의 아들 한 트럭도 부럽지 않게 당당하게 키우리라 다짐하고, 나름대로의 교육관으로 두아이를 기르고 있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며 아이들의 인격을 존중하는 것.
이것은 제가 두 아이에게 적용하고 있는 교육 지침 중 제일 큰 타이틀이라 하겠습니다.
이것은 이래서 안되고 저것은 저래서 안 된다라는 어른들의 일방적인 지시 속에 내포되어 있는 화석화된 편견에서 내 아이들은 자유롭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어떤 문제나 요구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자','딱 한번만 더 생각해 보자','그렇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자'했습니다.. 그 결과는 두 딸아이와 날밤을 세우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을 정도로 친숙한 모녀관계를 갖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엄마와 자기들의 의견을 마음껏 열어 놓을 수 있는 딸아이들은 쌍방이 흡족해하면서 금쪽 같은 두 딸은 예쁘게 잘 자라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예기치 않던 대 반란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글쎄, 두 아이가 죽는 한이 있어도 꼭 귀를 뚫어 귀걸이를 해야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평소에,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꼬맹이가 뚫은 귀걸이를 하고 다니는 것을 보면 여지없이 그 부모님의 교양을 의심 했었거던요.
그리고 그 꼬맹이의 장래까지 걱정해 주었다는 거 아닙니까?
또 교복차림의 중고등학생 귀걸이에는 에누리 없이 구제불능 문제아라는 이름표를 떡 허니 붙여 주었었는데 말입니다.
"안 된다."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는 것을 간신히 참았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우리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자."해놓고 처음으로 말할 수 없는 갈등으로 날 밤을 세웠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끌면서 두 아이들이 제발 마음이 달라지게 되리라 은근히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두 아이는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고놈의 귀걸이는 꼭 해야겠다고 우겨되었습니다.
몇 날 며칠의 고민과 고민을 거듭한 후에 끝내 저는 두 딸아이의 손목을 꼭 잡고서 귓볼에다 권총 쏘는 일에 협조하고 말았습니다.
큰딸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보석 상자 안에는 역대 국모가 부러워서 통곡하고 갈 정도로 많은 보석들이 들어 있습니다. 500원짜리 다이야몬드 귀걸이를 비롯하여 물고기 모양, 포도송이 모양, 진주까지 갖가지 모양을 담아 두고서 학원길에는 영락없이 그 큰 링 귀걸이를 귀에다 달고 갑니다. 저는 딸냄이 얼굴보다 더 커 보이는 그 링 귀걸이 이름을 자전거 타이어 귀걸이라고 이름 붙여 주었습니다.
타이어 귀걸이를 매달고 룰룰룰 거리며 학원으로 향하는 딸의 등뒤에다가 저는 "어~~~~휴~~~~~"한숨(?)과 함께 생각했습니다.
"죄 짓는 일 아니니까는 뭐......" , "그래도 공부는 열심히 하니깐뭐......"라며 교양과 문제아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 스스로 정당화 시켜보려고 무지 애쓰고 있답니다.
옛말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더니 저도 이 딸들의 대 반란에서 제 자신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무렴 어떠리요.
남의 아들 열 트럭도 안 부러운 금쪽 같은 나의 두 딸아!
귀걸이 한 박스 사다 날라도 이 엄마는 좋구나.
아무쪼록 건강하게만 잘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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