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큰차 타면 안돼요?
안녕하세요! 여성시대 가족 여러분.
다정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지 일주일이 지나갑니다.
신입생이 열두명인데 그중에 키가 제일 작답니다.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새내기 학부모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시골에는 폐교된 학교가 많지요.
한개의 면에 두곳 이상 학교가 있던것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폐교된 학교를 다니던 아이들을 통합된 학교로 등하교 시킬수 있도록 학교마다 스쿨버스가 한대씩 배정되어 운행되고 있지요.
제가 살고 있는 이곳 포암마을은 면소재지에 있는 수지 초등학교를 다니던 마을 중에서 가장 멀지만 스쿨버스는 다니지 않는답니다.
또래 아이들 세명만 있더라도 학교가는 길이 심심하고 지루하진 않을 텐데...
포암마을에는 5학년 한명, 이제 막 1학년에 입학한 다정이. 이렇게 둘 뿐이랍니다. 학교가 워낙 멀기 때문에 5학년 아이는 아침 일곱시도 못되어 학교에 가는 것을 몇번이나 보았답니다.
하지만 우리 다정이는 이제 막 입학한 신입생이고, 이사한지 일년밖에 안되어 학교가는 길을 몇번 가보지 않았다는 것과 아침 일찍 일어나기도 어렵겠지만 꼬불꼬불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은 길을 제대로 갈수 있을까? 하는 염려때문에 도시 지역의 치맛바람이 아닌 사랑하는 마음으로 화물차이긴 하지만 차로 태워다 주고 데려오는 일을 해 왔답니다.
학교수업이 끝나는 시간 오후 두시. 그러나 일하다보면 그시간에 맞추어 차를 대기 시킬수가 없었지요.
차를 타고 오면서 다정이가 하는말,
"아빠! 나도 노란색 큰차 타면 안돼?" 얼마나 친구들과 같이 타고 싶었으면 이런 질문을 할까?하는 것은 알지만 궁색한 변명은 "기사 아저씨 한테 물어봐서 타도 된다고 하면 타."라고 답변할수 밖에 없었읍니다.
수업이 끝나고 다른 친구들은 모두다 노란색 큰차에 올라 집으로 가고 가까운 거리에 사는 아이들은 걸어서 돌아 가지만 한시간 이상 걸어야 하는 다정이는 운동장 앞 조회대 옆에 서서 아빠가 오기만을 교문만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고민 고민 하던 끝에 입학전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방과후 교실을 운영 한다고 하니 학교 수업을 아치면 어린이집에 가서 부족한 공부를 하다가 종일반에 다니고 있는 동생과 함께 집에 오면 되겠다는 판단 아래 다음주 부터는 노란색 큰 차는 아니지만 노란색 작은 차(봉고)를 타게 되었으니 걱정이 조금은 줄어 든 기분이네요.
집사람이 다정이의 손을 잡고 데려다 주고 데려 오면 되겠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집사람도 지금든 공공근로형 취로사업에 참여하고 있어서 어렵게 되었지 뭡니까?
자녀 교육때문에 몇번씩 이사 했다는 맹자의 어머니를 비롯해 많은 학부모님들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몸을 움추리게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포근하고 따사로운 봄이 올 겁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남원시 수지면 유암리 포암마을 김영수 625-2814, 011-9668-2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