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11시에서 새벽 03시.

밤 11시! 아이들은 잠들고 집안 가득 정적이 흐른다. 규칙적으로 소리나는 시계추소리만. 밤 11시 30분! 전화기에 숫자를 누른다. 017 -643 - .... 신호음이 여러번 울리고 나서 들리는 기계음소리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밤 11시 30분+30분! 거실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눈에 들어오지도 않은 책을 뒤적인다. 여전히 집안 가득 정적만. 슬슬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기어 나온다. 불어나는 걱정의 숫자만큼이나 나의 몸은 안절부절 하다못해 앞 베란다문을 열고 어둠이 삼킨 밤을 뚫어져라 보고, 발바닥을 감싸는 싸늘한 타일의 어루만짐. 새벽 01시 30분! 걱정반,미움반으로 혼합된 마음 억누르고 전화기의 숫자 버튼을 누른다. 017 - 643 - .... 길게 여러번 울리는 신호음 뒤로 싸늘하게 귓전을 때리는 기계음소리. 새벽 02시! 잠자고 있는 아이들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두 녀석의 머리맡에 앉아 물끄러미 바라본다.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모습으로 잠자고있는 아이들 얼굴 잠시 내 얼굴에도 미소가 번지고. 새벽 02시 15분! 밤의 정적을 깨고 들려오는 반가운 소리 귀에 익은 남자의 발자국소리 용수철처럼 튕겨져 나가 현관문을 연다. 찬공기와 섞인 술냄새가 내 얼굴에 확 달라든다. 몸을 벽에 기댄채 아슬 아슬 서 있는 남자. 새벽 02시 30분! 현관앞에 몸을 부린 남자와 한판 실갱이가 시작된다. 꿀물 한잔 타서 억지로 입에 밀어 넣어주고 옷을 벗긴다. 이미 제 정신이 아닌 남자의 몸부림. 새벽 02시 40분! 내 몸안에 남아 있던 에너지가 모두 도망을 갔다. 세상 모르고 잠에 곯아 떨어진 남자 괴로운듯 뒤척인다. 코골이의 향연이 시작된다. 간간히 효과음까지. 그 옆에 누워 잠을 청해 보지만. 새벽 03시! 자리에서 일어나 물끄러미 그를 바라본다. 잠자는 얼굴이 아름답지않다. 얼굴 가득 피곤함만. 달랑 베개 하나들고 아이들 방으로 피난을 갔다. 아이들의 고른 숨소리 내 몸은 어느새 깊은 잠 속으로. ============================== 안녕 하신지요? 여성시대 두분 지기님! 그리고 큰애기 이주영작가님! 어제 제 글을 방송으로 내 보내 주셔서 잘 들었습니다. 조형곤님! 제 글은 조형곤님께서 전담으로 읽으시나봐요? 텁텁한 음성이 이제는 꽤 친숙하게 느껴져옵니다. 혹시, 조형곤님도 회식자리에 가시면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드십니까? 고놈의 술이 아주 가끔은 필요할때도 있겠지만, 술 때문에 제가 마음 고생이 심하답니다. 하하~~ 본의 아니게 마셔라 부어라 하는 당사자는 또 얼마나 힘이 들겠습니까만, 옆에서 지켜보는 아녀자의 고충도 크다는 것을 알아 주었으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하하~ 듣자하니, 우리나라 술문화(?)중에는 술 잔을 돌리는 것이 있다는데... 꼭 그렇게 해야만 맛일까요? 그냥 자신의 주량껏 마시고 즐기게 하면 좋을텐데..... 어젯밤에 회식으로 새벽에 들어 온 남편께 해장으로 김치콩나물 국밥 을 끓여 드렸더니 뜨는 둥 마는 둥 몇 숟가락 들고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터로 나갔습니다. 그의 뒷 모습이 왜 그리도 무거워보인던지요. 오늘 아침 날씨처럼. 오늘도 방송 잘 듣겠습니다. 태진아의 "사랑은 잘못이 아니야"란 노래가 흘러 나오네요. 하하~ ♪♩ 사랑은 장난이 아니야~~~~ 진실인거야~~~~~~~~~~~~~ 익산에서 애청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