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동생의 한가지 소원

"엄마, 엄마, 엄마는 왜 사진이 없어?" 올해로 여섯살이 되는 우리 셋째여동생의 아들이 가끔씩 동생에게 물어오는 질문이다. 조카가 말하는 사진이란 바로 결혼사진. 하지만, 그 질문에 동생도 신랑도, 이모인 나도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네 엄마가 철부지시절에 부모님 반대 무릅쓰고 몰래 살아서였다고, 아니면 가난해서 못했다고? 차라리 멋지게 거짓말로 둘러대볼까? 그냥 나중에, 이다음에 어른이 되면 얘기해 준다고 오늘 할 거짓말을 먼훗날로 연기하고 말 뿐... 올해로 스물 여섯이 되는 내동생. 어려서부터 남다른 성격으로 너무나 완벽하려고 애쓰던 동생. 피아노를 잘쳐서, 상장이 부실하던 우리집에 유일하게 동생의 피아노 대회 최우수상, 대상이란 상장이 빛을 발해준다. 누가 그랬던가, 셋째딸은 얼굴도 안보고 데려간다고. 그말을 믿었던 우리 엄마랑 우리 가족들. 누구든 그 말만 우리 앞에서 다시 해보라지. 주먹으로 옆구리라도 뻥하니 한대 때려줄테다. 모범생으로 학교생활을 잘 하던 동생은 여중 3학년때 갑자기 자퇴한다고 부모님을 놀라게했다. 이유는 단 하나, 선생님이 무서워서 학교에 가기싫다고, 아니면 선생님을 바꿔달라고. 참 어의가 없었다. 선생님과 엄마는 몇달동안의 상담끝에 결국 자퇴서를 학교에 제출해야 했고, 동생은 그 날 이후로 독서실로 들어갔다. 학교는 안다니지만, 공부는 하겠다나?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여고를 들어갔는데 또다시 휴학, 여고 2학년에 다시 재학해서 다시 여고 1학년을 다시다 또다시 자퇴를 하고 말았다. 너무나 유별난 성격이라 아무도 말릴 수 없었다. 동생은 그렇게 학교와 인연이 없다가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더니 검정고시를 봐서 고등학교를 졸업, 전주에 있는 전문대까지 졸업했다. 지금은 어엿한 피아노 레슨선생님. 정말 어떻게 지금의 동생이 있는지 신기하고 놀랍기만 했다. 어린 나이에 자신의 고집으로 혼인신고만 한채로 동거를 하고, 지금의 여섯살 된 아들이 있는 것이다. 아이를 혼자 키우면서 대학을 다니며, 피아노 레슨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물론 신랑이 있다지만, 그 또한 가슴아픈 사연이 있기에 더이상 상처를 들쳐내고 싶진 않다. 동생 아들은 동생을 닮아서일까 다른 아이들에 비해 너무나 영리했고, 이해력도 빨랐다. 조금 허약하긴 했지만, 그 아이덕분에 어쩌면 내 동생이 지금까지 자신의 예전 실수와 고집을 인정하고 저렇듯 열심히 생활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친구들처럼 화려한 웨딩드레스 한번 입어보지 못하고, 신혼여행이란 단한번뿐인 축복도 받아보지 못했지만, 지금 내동생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고 있다. 내집을 장만하기까지는 아무것도 사지 않겠다는 동생부부, 집에 가보면 모두 중고품에 대부분의 가구나 그릇들이 남들이 쓰다가 준거나 아니면 버린것을 주워다 깨끗하게 닦아서 쓰고 있다. 어린 나이에 그렇게 생활한다는게 쉽지는 않을텐데, 동생은 너무나 감사하게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면서 부모님 마음을 속상하게 했다는 이유로 지금은 혼자계신 엄마께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지, 너무나 대견하고 이쁘기만 한지 모르겠다. 언니나 오빠가 능력이 된다면 우리 동생, 힘들게 살아가는 동생 멋지게 결혼식이라도 올려주면 좋으련만, 모두들 그날그날 힘들게 벌어서 살아가는 형편이라 항상 맘속에 아픈 상처만을 간직한채 살아가고 있다. 오히려 동생은 우리 마음이 불편할까봐 자기는 웨딩드레스 하나도 안입고 싶다고, 강원도에 두서너번 갔다왔으니 신혼여행도 갔다온거나 다름없다고 둘러대기 바쁘다. 다만 아들의 갑작스런 질문에 대답하기 황당한 것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고 쓴웃음을 짓는다. 동생이 벌어서 가족들 보는데 떳떳하게 결혼식 올리고 싶다고,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화려한 웨딩드레스 입을거라고, 다 큰 아들이지만 세식구가 함께 신혼여행 다녀오겠다고, 언제나 큰소리로 떠들어대는 우리 동생. 오늘일까, 내일일까 달력에 날짜만 지워가는 내동생. 하루빨리 내동생이 웨딩드레스 입는 그 날이 와주기만을 고대하는 못난 언니일뿐, 난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게 없다. 지금도 동생은 열심히 피아노를 치고 있다. 결혼축가를 칠 때마다, 드라마에서 결혼식이 나올때마다 동생은 아무도 모르게 가슴아픈 눈물을 흘리고 있을것이다. 내일이라도 우리 동생이 그 눈물을 멈추기만을 기대하며 다시한번 동생 가족의 건강만을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