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이 되면 저는 꼭 잊지 않고 안 방 서랍 속에 들어있는 태극기를 꺼내서 대문 앞에
조심스럽고 경건한 마음으로 걸어놓고는 하는데요.
윤승희씨, 조형곤씨는 혹시 우리 나라의 4대 국경일이 언제인 줄 아세요?
바로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제헌절입니다.
요즘 사람들 이런 날들 잘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 역시 이런 데에
는 깜깜한 사람이었다가 10여년 전 즈음에 한 할아버님을 통해서 이런 날
들이 우리 나라의 4대 국경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그러니까 10년 전 삼일절 날이었어요. 무슨 맘이었는지 저도 한 번 태극기
게양을 해 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유.. 그전에는 무슨 국기 게
양?! 귀찮기도 하고, 또 뭐 태극기 안 달아 놓는다고 해서 벌금을 내는 것
도 아니니 빼먹기가 다반사였죠.
어쨌든 그 날 만큼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오늘은 한 번 국기 게양 해보자
는 마음에 옷장 속에 구겨져 있던 국기를 꺼내서 대문 앞에 턱하고 내걸었
죠. 사실 그 당시에는 조기가 뭔지도 잘 몰라서 국기 봉에 있는 그대로 대
문 앞에 대충 달아놓고 그래도 난 이 정도면 다른 사람보다 낫구나 하는 마
음으로 자랑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갔답니다.
그렇게 해놓고 한 두어 시간 쯤 지났을때였나? 갑자기 대문을 두드리는 소
리가 들리더라고요.
대문을 열어보니 자전거 뒷 자리에 태극기를 한 가득 실으신 할아버지가 계셨어요.
어안이 벙벙한 저에게 할아버지는 화가 나신 표정으로
"국기 걸어놓은 게 이게 뭐여? 오늘이 삼일절이니 조기를 걸어놔야 할 것이 아녀?
하고 버럭 소리를 지르시는 거예요.
" 내가 이런 냥반들 땜시 아직까지도 이걸 팔러 댕기는 거시여.. 하이고.. 태극기 꼴 좀
보소.. 이거이 나라의 얼굴인디."
저는 갑자기 당황스럽기도 하고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말았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자신의 아버님께서는 독립유공자셨고 자신도 어렸을 적 독립운동을 하셨다고 하며
제게 국기 다는 법, 우리나라 국경일의 유래 등 일장 연설을 한참 늘어놓으시더니
저희 집 대문 앞에 걸어놓았던 지저분한 태극기를 손수 떼시고 자전거 뒷자리에 있던
새 태극기를 조기로 저희 앞에 걸어주셨어요.
제가 죄송스런 맘에 값을 치르려고 하자 한사코 손사래를 치시면서 돈 받기를 거절하시고는
태극기 잘 보관하고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보답이라고 하셨답니다.
윤승희씨, 조형곤씨 태극기 파시던 할아버지 정말 멋지신 분 아니신가요?
할아버지와 같으신 분들이 많으시면 우리들도 조금은 우리 나라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마워할 기회가 많아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