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못할...이웃이야기...] 새댁 자나?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시국에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즐거운 말 한마디, 노래 한 소절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참여는 거의 안하고 청취만 하는 라디오쟁이거든요. 하루도 라디오를 안듣고 베길수 없어 주위에서 지어준 별명이죠 얼마 전까지 전주에 살다가 여기 부산으로 이사를 온지 이제 열흘 정도 된거 같애요. 뭐든지 다 생소하고....어려운 부산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리겠죠? 전주 엠비씨의 여성시대를 잊을수 없어 이렇게... (실제로 전주 있을땐..참여도 안함서리..)펜을 들어보았어요. 제가 살던 전주에서 이웃의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효자동에서... 자격증 시험때문에 집에서 공부를 할 때였죠. 우리 집 앞에 할머님 한분이 사셨는데요, 정말 정정하셨어요. 결혼도 않한 제게, "새댁" 하면서 온갖 부탁을 하셨어요 "새댁 ~ 세탁기가 안돌아가. 만져줘" 가보면 세탁물이 한쪽으로 기울여져 빽빽 소리를 내고 있었죠. 간단히 손봐주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 할쯤이 되면, "새댁 ~ 냉장고 위에 물건 좀 내려줘" "할머니. 냉장고 위에 이런거 올리지 마세요. 아셨죠?" "그랴. 새댁은 키도 크네. 어이구 농구선수혀도 쓰겄써이" 하루는 잠을 자려구요, 잠자리에 드는데.. "새댁 ~ 자? 나여." "아니 할머니. 이 밤에 뭔 일이세요?" "새댁 ~ 아, 글씨. 우리 아들놈이 내일 라디오에 나올꺼라고 허는디 글씨. 색시~ 우리집 라디오는 못써. " "할머니 아드님이 왜 라디오에 나와요? 아나운서예요?" "아닌디. 운전허는디. " "예? 할머니? 그런데 왜 라디오에 ..?" "어엉. 축하사연인가 뭔가 한대 " "무슨 프로에요?" "으응. 여상시대~" "예???????????? " 큭. 알고보니 <여성시대>에 할머니 생신에 맞춰 그댁 아들님이 축하사연을 적었던 모양이었어요. 잘 못 들으시고 <여상시대> 이라고 하셨더라구요. 그때....진행하는 목소리에 반해 계속 듣게 되었던 것이, 제가 전주라디오 방송을 애청하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아아.. 목소리가 어쩜 그렇게 다정 다감한지. 얼굴이며, 성격이 그대로 상상이 가더라구요. 그날 이후로 저는 오전시간에 언제나 엠비씨 여성시대 라디오 방송을 듣게 되었어요. 진행자분, 정말 말씀도잘하시고 센스도 남달랐어요 라디오를 잘 듣지 않아 몰랐는데.간간히 서울 방송도 나오구요, 할머니와 함께 라디오 애청을 자주 했었는데, 얼마전 한밤중에 또.. "새댁 자? 난디? " 아이고.. 할머니는 잠도 없으십니다. 고구마며 옥수수를 한소쿠리 삶아 오셔서는 제가 이사 간다고 하니까 그래도 아쉬웠던지 전화 번호를 적어 주셨어요. "새댁. 꼭 한번 놀러와잉~" 그렇게 이사를 하고나니.. 함께 라디오를 듣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할머니가 보고 싶기도 하고, 그때 방송에 참여햇던 아드님은 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이사는 잘 하셨는지 궁금해서 전화를 했는데 아무리 해도 안되는거예요. 아마, 번호를 잘 못적어 주셨나봐요. 이 글이 뽑힌다면 할머니 저희 집으로 전화좀 해주세요. 할머니.. 우리집 이삿짐 잘 풀었구요. 정리도 말끔히 다 했어요. 여름되면 우리집에 꼭 놀러오세요. 꼭이요~! 할머니 제가 말씀드렸던가요? 저.. 엄마 일찍 돌아가시고 할머니를 꼭 저희 친정엄마처럼 여기고 살았다구요. 제가 철없다고 매일 놀리셨잖아요. 할머니. 제가요. 할머니 부산에 오시면 꼭 맛난거 사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