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엄마와 떨어지면 큰일이나 나는 것처럼 울어대니 어떤 때에는 귀찮을 때도 있습니다.
집에서 놀고 있는 울 신랑...이럴 때 배씨집안의 시상도 귀한 꼬추달린 아덜좀 봐주믄 어디가 덧나는감? 하는 나의 말은 그저 들은 척도 안허구선 허구헌날 텔레비젼만 보고있는 울 신랑의 모습에 저는 눈을 찢어져라 흘리구선 아덜놈 데리고 실내놀이동산으로 갔습니다.
며칠 전 부터 코 찔찔 거리는 놈을 데리고 바깥에서 놀리우자니 이러다 감기라도 더 심해지믄 어처켜? 하는 생각으로 그냥 큰 맘먹구선 4,000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죠.
근데 역시 돈이 좋긴 좋습디다.
넓지막허구 놀이기구도 많은 것이 아그들 놀기엔 그저 딱이었으니까요.
근데 그 곳의 젊은 사장님 정말 멋지더군요.
어쩜 고로콤 일을 잘하는 지 뭐든지 쓱쓱 싹싹! 와...날쌘돌이더군요.
하지만 아내인 듯 싶은 카운터의 여주인은 이게 무슨 모습입니까?
빠알간 입술에 근사한 머리모양...날렵한 손놀림으로 화장 고치기에 열심이고....
실내놀이터의 일에는 전혀 관심도 없어 보입니다.
한 손으로는 전화통을 붙잡고 있으면서 뭔가 그렇게 할 말이 많은 지 계속 이야기 하고 있구요.
남편은 여전히 열심을 다하여 쓱쓱 싹싹!
음미...겁나게 부러운 거...우짜믄 저런 남편을 만났나....
난 정말 그녀가 부러웠습니다.
그 모습에 비하면 저는 이거 뭡니까... 뭡니까?
푹 삶아놓은 우거지 상을 하고 남의 남자 청소하는 모습에 홀딱 반해가지구선 머릿속으론 집에 있는 울 백수 신랑과 비교하며서 코벌름거리는 것이 초라하기가 그지 없기만 합니다.
아아아...괴로운 나의 인생이여...!
저는 더 논다고 악을 쓰는 아들을 억지로 데리고 울집으로 갔죠.
남편은 언제 어딜 나갔다 왔는지 포마드 잔뜩바른 머리를 하구선 저를 반기더군요
"어? 여보. 어디 갔다왔어? 나도 잠시 나갔다 왔는데....? 아이고 배고파라!?"
근데 저는 별로 남편이 반갑지 않았습니다.
마음 속에서는 계속 아까 그 실내놀이동산의 청소잘하는 남자주인이 생각났고 그 모습과 울 신랑을 비교하자니 억수로 화가 났으니까요.
하지만 억지로 꾸욱 참고 밥을 짓나니 진짜 속에서는 부아가 부득부득 났지요.
그래도 다시 한 번 꾸욱 참았습니다.
남편이
"여보! 밥 줘...배 고파...댕장국 많이 줘...알았지? 글구 말여 오징어 볶음밥 해줘 봐...나 그것 먹고 싶응게... 당신 그거 18번이잖여?"
음미...뭐라고라고라...? 오징어볶음밥이라고라...?
난 귀를 의심했죠. 시방 나더러 뭘 달라고 혔소?
일도 하지 않는 주제에 뭘 골라먹을라고 허지만 어림 반푼 없응게...암 읎구 말구...
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남편이라고 막상 내색도 못하구선 옛날에 냉동고에 양념하여 넣어 두었던 오징어를 꺼내어 덮밥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맛있는 댕장국과 오징어 덮밥을 겁나게 몽땅 먹고 난 남편이 저에게 또 겁없이
"여보! 커피 한 잔 주더라고...잉?"
하는 것입니다.
난 도저히 더 참을 수가 없엇죠,
"여봇! 진짜 왜 그래요? 당신 언제부터 일할꺼여? 엉? 낼 부텀? 낼부텀 일혀줄껴? 시방 나헌테 돈이 을매나 남아있는 줄 알기나 혀?"
하며 언성을 높히고 말았죠.
남편은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 옴마나...당신 우와...! 진짜 점잼이 빤쑤 입었남? 나 낼부텀 일혀...아까 면접 보고 왔지...낼 부터 오랴..음미...! 당신 진짜 끝내주는 고만..."
하는 것입니다.
오우...리얼리?
저는 남편을 보고 도끼눈을 떠대던 얼굴표정을 바꾸어 금새 나긋거리는 웃음을 던졌죠.
"호호호호...일을 혀준다고요...고거이 참말이지라우...?
오매나 방강거,...."
여러분...
울 신랑이 인자 진짜로 일을 헌답니다.
비록 월급적은 학원의 운전직이지만요 저는 그 것도 그저 고맙기만 하답니다.
오랜 실직을 접고 우리 아덜과 입심 센 샥시를 위해서 일을 혀 준당게요.
기분 억씨로 좋그만요.
난 인자부텀 행복헐랍니다.
여성시대 여러분...
저 겁나게 부럽지유?
그리고요. 그 놀이동산 주인 아자씨...인자 별로 안부러워요. 헤헤헤..
우리 신랑을 다시 봉께 말유. 아자씨 보담 훨씬 더 잘생겼으니께요...
그럼..이만..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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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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