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눈밭을 헤메다

얼마전 눈이 엄청나게 많이 온 새벽에 일어났던 열쇠사건이 하도 기가 막혀 몇자 적어봅니다. 동생이 없는 지민이는 철이 들면서 심심했던지 남동생 하나 낳아달다고 조르는 바람에 남편은 신년부터 열심히 아들을 낳을 준비를 한다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운동장 10바퀴를 도는데 열중했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저녁시간에 완전무장을 하고 나가더니만 자신있는 목소리로 들어와 " 이번엔 분명 아들이야!" 자기 체력을 과시라도 하듯 침대 및에서 팔굽혀펴기를 50회 를 거뜬히 하더라구요 그뿐 아니라 평소에 좋아하지도 않는 홍삼물을 벌꺽 벌꺽 들어 마시는게 아니겠습니까? 속으로 겁이 약간 났습니다 건강식품은 나이 든 사람만 좋아한다며 옆에 가지도 않은 스타일이었거든요 잠을 자다 뿌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서 잠결에 뒤돌아봤는데 남편은 뭔가를 열심히 찿는 눈치였고, 결국 안되겠다 싶었는지 "자기야! 열쇠 못 봤어? 분명 운동화 갈아 신으려고 트렁크를 열었는데.." 급기야 이른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빗자루를 가지고 운동장으로 나가더니만 1시간정도 지나서 힘없이 들어와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죄없는 이불만 몇 번 털고 주머니 바지만 몇 번 뒤지는 바람에 저 또한 한숨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열쇠를 찾는데 작전 개시를 했습니다 집에 있는 도구란 도구는 다 꺼내가지고 나갔고, 1시간정도 쓸고 운동화 바닥으로 쌓은 눈바닥을 긁고, 방법은 다 동원해 운동장 한바퀴를 샅샅이 뒤졌지만, 열쇠는 찾을 방도가 없더라구요 하는수 없이 돌아와 추운 몸을 녹이려 침대속으로 푹 들어간 것이 아주 깊은 잠을 잤는지 시간을 보니 10시가 조금 넘었고 남편은 부산하게 전화번호부 책을 뒤지며 열쇠집에 전화를 걸어 견적을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보통 출장비까지 해서 4만원정도더라구요 비용도 비용이지만, 꼭 찾을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다시 운동장으로 나갔답니다. 한참동안 땅만 바라보고 돌아다니는 제가 안타까웠는지 경비아저씨가 " 뭐 찾으세요? " 하고 말을 붙이더군요 그때 마침 아저씨의 손에는 눈을 치우려고 재설작업용 밀대가 있었습니다 때는 이때가 싶어 " 아저씨 제가 눈치우면 안될까요? 남편이 열쇠를 잃어버렸거든요" 하고 밀대를 집어 들고 땅바닥이 보이도록 박박 밀고 다니는데 처음에는 몰랐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니 어깨가 뻐근하고 다리가 꽁꽁 얼고,, 그만 집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여기에서 포기하면 안된다는 신념 하나로 주변을 아주 말끔히 치우고 있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칭찬을 해 주는 것이 아닙니까? 젊은사람이 눈을 쓸어주니 고맙구만... 감사하다는 인사말에 어찌나 얼굴이 뜨겁던지.. "사실 열쇠를 찾고 있는 중이예요" 라는 말도 못하고 고개 숙여 인사에 응대만 하고 눈을 땅바닥만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코스인 농구대로 갈무렵은 제마음은 거의 포기상태였고, 바닥에 갑자기 검은 것이 보여 손으로 움푹 눈을 잡아 쥐었는데 열쇠를 가장한 돌덩어리였습니다. 그때는 화가 치밀더라구요 그래서 힘껏 돌맹이를 집어 던졌는데.... 그때 무슨 쇠소리가 "띵"하고 부딪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조건 달려가 두손으로 땅을 빠는데 눈밭에서 산삼을 캐는것도 아니고 제손이 엄청 빠르다는 것을 내심 느꼈습니다. 묵직한 남편의 열쇠 꾸러미를 보는 순간 꿈을 꾸는 느낌이 들었고, 가슴이 벅차다 못해 무거운 몸이 솜털이라도 된 듯 벌쩍 벌쩍 뛰면서 " 찾았다 찿았어!" 목메인 소리로 황급하게 두차례 방송? 을하고 경비실에 밀대를 가져다 드리고 곧장 집으로 달려가는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도 아까워 계단으로 무조건 올라갔습니다. 벨을 누르는 순간 남편은 힘없는 목소리가 들렸고 그때 열쇠를 인터폰 화면에 크게 들여다 보였습니다 딸아이와 남편이 크게 소리를 질렀고, 우리는 무슨 100억 복권이라도 당첨된 듯 열쇠를 가운데에 두고 얼싸안고 두어바퀴 좁은 현관에서 돌았습니다. 남편이 얼마나 추웠냐며 어깨를 주물러주자, 시샘이 많은 지민이는 "치! 나만 미워하고" 하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지민이를 달래면서도 한손으로는 내손을 꼭 잡고 눈으로 사인을 보냈습니다 " 사랑한다고... 그리고 고맙다고..." 우리는 좀 늦게 가족여행을 무사히 떠날 수 있었고, 그날밤 남편은 자기가 쏜다며 아주 멋진? 음식을 선물로 사주었답니다 잃어버린 것을 찾았다는 보람이 이처럼 따뜻한 겨울의 한자락 추억을 만들 줄 정말 몰랐습니다. (사실 그날밤도 체력단련실을 찾아 운동장을 열바퀴 돌고 왔답니다) 주소: 전북 완주군 소양면 해월리 496-28 마음사랑병원 사회사업팀 성명: 배자영 018-606-5301/ 240-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