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오늘 아들 노릇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윤승희, 조형곤씨 그리고 홍현숙 작가님 항상 공장에서 라디오로 듣기만하다가 어렵게 용기를 내서 이렇게 몇 자 적어봅니다. 저는 제 작년에 전문대를 졸업했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집에서 그냥 놀고만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원서도 넣어 보았지만 번번히 전문대출신이라서 그런지 탈락을 하고 말더군요, 자꾸만 시간이 흐르자 집안 형제들보기도 민망하고 특히나 넉넉치못한 가정형편탓에 고생만 하시는 어머니 뵙기가 정말 민망했습니다. 더군다나 학교다닐때 케피탈 대출까지 받아서 등록금을 내야했기때문에 그 돈을 값기 위해서라도 마냥 집에서 있을수만은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생각다못해 봉동에있는 3공단에 원서를 넣었죠. 두 분은 3공단이 무엇을 하는 곳인줄 모르시죠? 각종 공장들이 모여있는 곳이랍니다. 제가 일하고있는 이곳 3공단공장은 자동차 회사의 하청업체인데 하루종일 자동차조립을 하는 곳입니다 저는 이곳에 들어오고난후야 비로소 세상이 어떤곳인지를 알게되었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학교다닐때 진작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장학금이라도 받을걸 그랬다는 후회도 듭니다. 그랬더라면 등록금대출도 받지않았을거고 아버지없이 혼자 저희를 키워주신 어머니 걱정도 조금은 덜 시켰을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정말 좋은곳이랍니다 마스크를 쓰지않으면 잠시도 견딜수없을 정도로 먼지가 많이나는곳이긴 하지만 동료들 서로가 서로를 위해주면서 서로들 안스러워하지요 그런데 정말 말로만듣던 공장 노동자들 환경이 너무 열악합니다 저희들은 새벽에 출근해서 밤 10시까지 일을 하지요. 끝없는 특근에다 잔업에다...... 도무지 시간이 갈것 같지가 않아요. 그래도 제 월급봉투를 받고 기뻐하실 어머니를 위해 저는 정말이지 열심히 잔업에 특근까지 마다하지않고 꼬박 한 달을 일했답니다. 그리고 드디어 저 오늘 첫 월급 받았답니다. 그돈으로 무엇을 했는줄 아세요? 항상 무릎 관절이 아파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한의원에가서 보약을 지었어요. 보약을 지어가지고 어머니한테 가는 발걸음이 제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었다면 조금 쑥스러운가요 저희 어머니 보약을 받는순간 눈물이 글썽글썽 해지시면서 말을 잇지 못하시대요. 항상 어리광만 부리줄알았던 막둥이아들이 이제는 다컸다고 비록 공장일일망정 월급을 타다 드리니까 그게 대견했던 모양입니다 저 오늘 어머니의 눈물을 보며 결심했습니다. 공장일 하는 자체가 나쁜건 아니지만 지금부터라도 좀더 준비해서 혼자계신 어머니에게 가슴아파하지않아도될 직장을 갖자고 말입니다. 그리고 공장에 나가면서부터 치지않았던 기타도 다시 쳐서 우리 어머님 애창곡인 '현철'의 '사랑의이름표'를 들려드리겠다고 말입니다. 어머님 저 앞으로 정말 정말 효도하겠습니다. 오래 오래 사세요 한상민 완주군 봉동읍 3공단내 현대자동차 하청공장 집주소:전주시 덕진구 인후1동 765-23 019-649-9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