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두분 방송을 하루라도 듣지 않으면 뭔가 잃어버린듯 허전한 마음이 하루종일 제 가슴을 짓누른답니다. 저는 직업상 이어폰을 귀에 꽂고 라디오를 들으면서 일을 하거든요. 제 직장 동료들 대부분 다 그렇답니다. 그런고로 매일 채널을 맞춰놓고 소개되는 글을 들을때면 감탄도 하고 정말이지 부럽기도 해서, 나도 꼭 한번 보내볼까 몇번 망설이다가 부끄럽지만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
결혼기념일. 젊은 부부들 사이에 아마 이날을 무심코 잊고 지나치는 분들은 아마 별로 없을 겁니다. 저희도 젊은 시절엔 물론 그랬구요. 저희 부부는 올해도 결혼 27주년을 맞는 쉰하고 몇살 더 넘긴 중년부부지요. 헌데 이번 1월11일 바로 27주년 그날, 전 요근래 몇 주년 잊고 지내던 바로 그 결혼기념을을 상기시키는 사건과 그 감동을 계기로 남편의 고마움을 새삼 느낄수 있었답니다. 사실 제 마음속에는 제 자신의 생일이나 결혼 기념일 같은건 사치라 여기고 있었기에 날짜가는줄도 모르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니까 모두가 어렵다던 IMF. 저희가정에도 예외는 아니었나 봅니다. 평생직장이라고 믿었던 직장생활을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그만두고, 시골의 논 몇천평 있는것 농사지어보겠다고 농사철이면 누님댁에 기거하면서 모진 고생하고, 가을에 수확해보면 영농비 제하고 보험료, 각종 경조사비, 당신 자신의 생활비, 이모든것 빼고나면 정말 남는게 없죠. 예로부터 농사지어봐야 장값 달아난다는 말이 실감난다고, 정말이지 퇴직후 5년간 다달이 지출되는 생활비를 남편으로부터 받아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여름내 지친 검은 얼굴로 미안한 표정을 짓는 남편을 바라보면서 정말 열심히 섬유회사에서 일을 한답니다.
퇴직후 4년 6개월, 그동안 참 많은일을 해냈지요. 그날도 캄캄한 밤중에 회사를 나와서 집에오니 남편이 현관에서 반갑게 맞아주며 "이제오는거야? 힘들지?" 하면서 머뭇머뭇거리다가 내손에 뭔가 쥐어주면서 "이거 당신써." 하더군요. 갑작스런 행동에 손을 펴보니 거금 5만원. "이거 무슨돈인데?" "응 그냥 당신 샤쓰라도 하나 사 입어." "새삼스럽게 무슨 샤쓰를 사입어? 근데 이거 어디서 났어?" 사실 애들 뒷바라지에 신경쓰느라 남편한테 용돈도 못주고 잘해주지도 못해서 항상 미안한 나였기에 남편의 느닷없는 현금공세에 현금의 출처와 이유를 꼬치꼬치 물어본 나는 "응, 말야. 오늘이 우리 결혼기념일 이잖아." 하는게 아닌가. "무슨말이야? 오늘이 며칠인데? 1월11일이지. 그렇구나.... 내가 잊고 지내던 결혼기념일 바로 그날 맞구나. 근데 당신 기억하고 있었어?" 하자 "그럼 기억하고 있지." "돈은 어디서 났는데?" "있잖아...." 쑥스러운듯 고개를 돌리며 "며칠전 그 한파에 보일러가 동파됐다고 친척 할머니집에서 걱정하는 전화가 와서, 친구데리고 가서 보일러 설치해드리고 올때 수고했다고 10만원 주는걸 안받겠다고 하다가, 승용차 체인까지 사서 채우고 와서 너무고맙다고 극구 주시길래 5만원만 당신 주고 싶어서 받았네." 하면서 겸연쩍게 웃는다. "그랬었구나, 역시 당신이 잊을리 없지. 그동안은 힘든 삶이 잊은척 했겠지?"
그날도 나는 받기만 하고 남편한테 아무것도 해준게 없었다. 마음속으로는 그 정성어린 5만원이 옛날 덕담과 함께 흰봉투에 꼭꼭 챙겨주던 10만, 20만원보다 열배, 스무배 아니 그보다 더 값지고 감동적인 선물이 되었다. '여보, 고맙고 앞으로도 내가 많이많이 노력하고 이자쳐서 갚아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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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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