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옛 기억이 솔솔~

방학 중인데도 보충수업 때문에 학교에 간 딸 아이가 눈 사람이 되어서 집에 들어 온 건 정확히 오후 1시 15분쯤이었다. "에구, 어엄마아~! 얼어서 죽겠넹" 잔뜩 짜증이 섞인 딸 아이의 말에 "우리 딸, 잘 빠진 눈사람 되어 왔네?" 밖에 춥지? 고생 했다." 수다를 떨며 아이 외투에 쌓인 눈을 수건으로 털어 주었다. "기왕 눈이 올거면 함박눈이나 오지, 심란 스럽게 싸락눈이 뭐람! 에고~심란혀라." 아이는 다 젓은 옷을 벗으면서 궁시렁 거린다. "그래, 니 말처럼 함박눈이 내리면 더 좋겠다, 그지?" 궁시렁 거리는 아이의 말에 맛장구를 치면서 내 손은 부지런히 점심상을 차린다. 오늘 점심으론 아침에 끓인 새우젓 콩나물국과 상추 겉절이와 고등어 무우조림. 김 구이다. 큰 딸 아이는 추웠던지 따끈한 콩나물국 한 그릇에 밥 한 공기를 말아서 순식간에 비워 버리고, 매 끼니마다 밥 그릇만 쑤셔대는 우리집 작은애는 오늘 점심도 먹는게 시원찮다. 예전에 우리 어렸을 땐 밥 한 수저라도 더 먹으려고 목숨을 걸다시피 했는데... 밥 뿐만이 아니라 먹는 것에는 욕심이 없는 편이라 애미인 나를 애닮게 한다. 반 공기도 안 되는 밥을 가지고 수저만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는 녀석에게 몇번씩 부지런히 먹을 것을 강요 했지만.... 먹기 싫어서 요리빼고 저리빼고 있는 녀석이 미워서 소리 한번 빽 질러주곤 식탁을 치웠다. 주방 정리를 하고 작은 주전자에 물을 담아 가스렌지 불을 켜고 올렸다. 이내 끓어 오르기 시작하는 물을 따라 차 한잔을 만들어 앞 베란다 쪽으로 갔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제법 쌓여 있다. 나무마다 빈 가지엔 하얀 눈꽃을 피웠고, 놀이터 빙빙이에는 추위를 잊은 사내아이 두 명이서 눈을 뭉쳐 무언가 열심히 만들고 있다. 추운 줄도 모르고 눈오는 날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녀석들을 보노라니 문득 옛 기억이 생각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마 중학교 2학년때였으리라. 멍청이 난로위에 노오란 도시락을 겹겹히 쌓아 놓았다가 점심시간이면 마구 마구 흔들어서 섞어 비빔밥을 만들어 먹고, 눈 내리는 운동장에서 가스나들이 머스마들과 편을 갈라 눈싸움을 하던때가.... 콩자반 영자와 이쁜이 명숙이, 뚱땡이 은영이랑 나는 그 중에서도 악명 높은 가수나들이었는데, 한번씩 대형 사고를 터 트린 문제녀(?)들이라서 학교내에서도 유명 인사가 되어 있던 터였다. 아~ 그 날은 울 불쌍한 동창녀석 00이란 놈이 울 네 명의 악바리 여자에게 걸려서 혼 줄이 났었다. (고 녀석이 평소에 미운 짓을 많이 했던터라 단단히 벼르고 있었기 때문) 히히~ 등치가 산만한 녀석이 네 여자 앞에서 박박 기면서 항복을 하는 하는 모습이 눈에 아른 거린다. ㅎㅎ 삐~~~ 5교시 수업을 알리는 벨이 울리면 부리나케 교실로 들어가 눈을 털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신한 여학생이 되어.... 평소에 ㅅ 발음을 요상하게 하시던 우리의 우상! 총각 선생님이셨던 과학 선생님께서 출석부를 가지고 들어 오시고, 반장의 구령에 따라 인사를 함과 동시에 일제히 선생님을 향해 날아가는 눈 뭉치들! "아이고, 이걸 어쩐디야~!" 어떤 얄굿한 가스나가 눈 속에 돌맹이를 집어 넣어 가지고 울 총각 선생님 얼굴을 정통으로~~ 불시에 일격을 당한 울 총각 선생님! 금새 얼굴이 붉어지고 교탁 밑으로 고개를 숙이시는데... 그 날 수업은 엉망이 되었고, 우리반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께 호되게 꾸중을 들어야 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여전히 눈은 내리고............. 놀이터엔 하나 둘 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엔 옛 추억이 새롭다. . . . 장난끼 많은 제자에게 맞아서 눈물을 보였던 그 때 선생님은 아마 지금쯤 50대 중반의 아저씨로 변해 계시겠지...............!! 콩자반, 이쁜이, 뚱땡이도 보고 싶다. 언제 얼굴 마주보고 차 한잔 하고 싶다. (2003년 1월 4일 눈 오는 날에 ..) 전주 여성시대 가족 여러분! 새해 인사가 늦었습니다. 계미년 새해에는 더욱 건강 하시고,하시는 일 모두 소원 성취 하시길... 전주 여성시대 방송 관계자 여러분! 윤승희님을 비롯한 조형곤님. 홍현숙 작가님등 모든분들 건강 하시고, 새해에도 좋은 방송 부탁 드립니다. 익산시 영등동 우미 아파트 103동 201호 류 미숙( 834- 5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