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김치놓고 가신분!!

결혼한 여자들 열이면 아홉은 "시어머니"하면 어렵고 불편한거 부터 떠올리실테데요. 우리 시어머님께선 얼마나 엉뚱하시고 털털하신지 볼때마다 절 박장대소 하게 합니다. 오늘도 집안청소며 빨래에 정신없는데 전화벨이 울려서 받아보니까.. 시어머니께선 대뜸.. "야! 애미야~ 넌 인제 시어머니 뵈기싫다고 집에 있으면서 문도 안 열어주냐?"하시는 겁니다. 황당한 전 무슨말씀이시냐고 재차 물었죠. 어머니께선 김장김치좀 가져다 주려고 도련님께 테워다달라고 해서 오셔서 계속 우리집 벨을 눌러보고 두들겨도 봤는데 문을 열어주지 않아 집앞에 김치를 놔두고 전화하러 오신거라더군요. 그럴리 없다고 빨리 올라오시라고 하고 집앞에 놔뒀다는 김치를 가져다 놀려고 문을 열었는데 김치는 커녕 아무것도 없데요. 나중에 어머니께서도 올라오셔서 김치 없었졌다고 난리가 났죠. 세상인심이 왜이렇냐는 둥...., 그새 누가가져갔을까 하고 어머니와 저 두사람 머리 아프게 고민의 고민을 했습니다. 아깝긴 했지만 없어진 김치를 어쩝니까? 시간이 지나도 김치 아까워서 애돌애돌 하시는 어머닐 진정시키고 저녁식사준비를 하고 있는데 관리실에서 방송이 나오는 겁니다. "아~ 아~ 101동 1503호 앞에 보자기에 싸인 김치 놓고 가신분을 경비실로 오셔서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그 방송을 듣고 저와 어머니 눈이 동시에 동그레졌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도련님이 아파트 앞에 내려드리면서 여느때 같으면 우리라인 앞에서 내려드리는데 그날따라 다른차가 딱 우리라인 입구에 주차되어있어서 약간 옆에다 내려드렸더니 우리어머니 확인도 안하고 옆라인으로 들어가서 그 난리가 납겁니다.마침 외출하고 돌아오시던 1503호 아주머니께서 이상하게 생각하시고 경비실에 가져다 놓은신거구요. 그도 그럴것이 우리 어머니께선 아직도 아파트 동,호수가 영~ 머리 아프시다며 지금도 누가 아들네 주소 물어보면..., "난 그런거 모르고 OOO아파트 들어서서 첫건물에 맨 외약쪽 구멍으로 들어가서 15층 눌러갔고 바른쪽여~"하신답니다. 그렇다고 우리 시어머니가 아무것도 모르는 노인네란 생각은 마십시요. 스포츠며, 정치며..., 뭐 이런쪽은 우리 젊은 사람들보다 더 박식하실겁니다. 다만 머리아픈 숫자에 좀 신경을 안쓰시는 것 뿐입니다. 하여튼 경비실에 가서 김치 찾아가지고 오면서 제 얼굴이 화끈거려서 혼났습니다. 오늘뿐아니라 우리 어머니 엉퉁하신건 인정해 줘야 합니다. 제 첫아이 출산할때 의사들이 잘 안들여다 본다고 복도에 나가서 어찌나 고함을 지르셨는지 입원해 있는 동안 간호사들이 무서운 시어머니땜에 고생좀 하겠다고 위로의 말을 한마디씩 할 정도였습니다. 어느땐가는 부침개를 부치는데 식용유인줄알고 주방세제를 주루룩~~ 부어서 부쳐서 난리가 났었고요. 또 어머니가 싼 김밥은 같은게 없습니다. 햄이 두개들어간 김밥.., 단무지가 빠진 김밥... 계란이 없는김밥..., 이렇게 우리어머니 엉뚱하시지만 전 그런 어머니가 너무 좋습니다. 편안하고 가족을 그 누구보다 아끼시는 우리 어머니 울타리 밑에서 언제까지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 건강하세요.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 일성아파트 101/1506 박은미(063-227-6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