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가 어제 장미를 한송이 선물 받긴 했는데 기쁨보다는 어쩨 쪼금 찜찜하네요. 무슨 얘기냐구요? 제말 좀 들어보세요
남편 술좋아하는줄은 결혼전에도 알았지만 그땐 눈에 콩꺼풀이 씌여서 별 문제가 안되더니만 막상 결혼을 하고 나니 그거 심각한 문제되데요. 우리 부부 싸우는 이유가 90%가 그 웬수같은 술이 원인이니까요. 사람은 그지없이 좋은데 술을 먹으면 끝을 보고 마는 우리남편, 일주일에 두세번을 그렇게 술을 먹는데 이해할 여자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십시요. 그렇게 7년을 싸운끝에 요즘은 마누라 무서워서 밖에서 늦게 까지 먹진 못하겠고 술은 더 먹고싶고하니까 이제는 아예 술이 월추 됬다싶으면 몇병사서 집으로 들어오곤 합니다. 밖에서 먹고 실수하는 것 보단 낫겟다 싶어 저도 내키면 한두잔 대작도 해주곤 한답니다.
그런데 우리남편 술이 머리 끝까지 올랐어도 "나 술안먹었어, 소주 딱 한잔마셨어"하며 귀엽을 떨며 집에 있는 술이란 술은 죄다 바닥을 봐야 술 자리가 끝이납니다. 그래서 술이 많이 취했다 싶은날은 남편이 화장실 가길 기다렸다가 때가 되면 쌀통속, 씽크대서랍,하다못해 세탁기 속에까지 술 숨기느라 바쁩니다. 그런데 이런일이 하도 자주있으니까 첨에는 못찾더니 이자는 "어디다 또 숨겼댜~"이러면서 한두병 찾아서 끝까지 마시곤 한답니다.
하여튼 그 장미 애길 하자면...
어제밤에도 역시 11시가 더 된 시간에 술병소리 딸랑거리며 우리남편,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더군요. 그런데 술병이 담긴 까만 봉투외에 다른한손에 예쁘게 포장된 장미한송이가 들려져 있더라구요. 그걸 도끼눈을 뜨고 있던 제가 휙 던지는거 아니겠어요?
"웬 꽃이야?"하고 정색을 하고 물어보니까 남편 장난스럽게 웃어가며 혀는 반쯤 꼬여서 "너 줄려고 샀지~~"하는 거예요
참 세상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다 싶데요. 아니 남들 사탕이다 꽃바구니다 사줘가며 사랑고백한다고 난리인 화이트데이날에도 "자긴 나 사탕 안사줘?"
하면 천원짜리 하나 휙 던져주곤 "슈퍼가서 알사탕 한봉지 사서 실컷 묵으라~"하는 사람이.... 웬일로 아무날도 아닌데.장미를...
수상했지만 우리 신랑이 좀 변하려나보다 생각하려는데 우리신랑 자꾸 피식피식 웃는거예요. 아무래도 뭔가 있다싶어 계속 신문을 하니까 실토하는데..
길가다가 갑자기 배가 아파서 화장실은 가야겠는데 마침 앞에 꽃집이 보이더라는 군요. 체면에 다짜고짜 화장실이 어디냐고 묻진못하고 꽃한송이 포장해달라고 하고 화장실을 다녀 왔다는거 아닙니까~~
그러면 그렇지~
갑자기 사람이 변할리가 있나...
참~ 그래도 꽃이 예뻐서 거실에 걸어놨더니만 동네아줌마들 놀러와서 웬꽃이냐고 묻길래 그냥 남편이 사왔더라고만 말 했더니 속모르는 이 아줌마들 난리가 났습니다. 낭만이 있다나 어쩠다나....
그래도 저 암말 안하고 웃기만 했습니다. 호호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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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063-227-6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