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사춘기 였던 그때가 몇살때 쯤일까요?
열여섯?열여덟?
지금 생각해보면 참 철이 없었던 것 같아요 .
그때 그시절 한참 잘나가던 탤런트 임혜진씨가 병상에 누워있고 머리맡에는 꽃이 꽂혀있는데 선천성 악성 빈혈이래나 뭐래나
주인공이 불치병에 걸려서 하루하루 죽어가는데 그 옆에서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극진히 간호를 하고 뭐 그런 내용의 드라마였어요.
그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그냥 저 주인공처럼 불치병에 딱 걸려서 요양원에서 치료하면서 아침이면 털스웨터를 어깨에 묶고 호수를 낀 숲길을 산책하고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은 꽃을 들고 문병을 오고 병실에는 파인애플이랑 바나나가 가득한 커다란 과일 바구니가 놓여있고 드라마처럼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답니다.
저 엉뚱하죠?
엉뚱한 제 감성을 누가 말려요?
시골 제 고향 뒷산에는 지천으로 진달래가 펴요 산에 올라가서 품에 안지도 못할만큼 진달래를 꺾어다가 빈 고추장 단지에 꾹꾹 눌러 꽂아서 시골집 마루끝에 세워 둔답니다.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시는 아버지께서 마당에 들어서시면서 그 붉은꽃을 보시고는 꽃보다 더 예뻐해 주셨어요.
누구를요?
저를요!?
그런데 나이를 속일수는 없나봐요.
이제 한살 나이를 먹으니까 보는눈도 달라지네요 꽃을보면서도 공연히 슬퍼지니 말이에요 어렸을때는 하도 아프지 않아서 연필깎다가 손가락만 조금 베어도 교련시간에 쓰던 압박 붕대를 찾아다 팔꿈지까지 붕대를 칭칭감고 엄살을 부리고 또 친구가 낀 안경이 너무 부러워서 칠판의 글씨가 하나도 않보인다고 엄마께 거짓말을 해가지고는 시력검사를 받으러 시골에서 군산 시내까지 30분이나 버스를 타고 안경점을 찾아가곤 했답니다.
약먹는 것 도 좋아하고 병원가는 것도 엄청 좋아했었는데 친구가 수술한다고 날짜잡아놓으니까 제가 더 긴장되고 안쓰럽고 심란하고 불안하고 그러네요.
다행이 간단한 수술이락로 하니까 결과야 좋겠지만 애들얘기만 나오면 마음여린친구는 금새 눈시울이 붉어지더라구요.
병원에 있는동안 집에있는 애들이 가장 걱정이 되는 모양이에요.
며칠 전부터 김치를 잔뜩 담궈서 김치냉장고에 차곡차곡 채워놓고 이불빨래며 아파트 배란다 청소까지 끝내놓더군요.
몸아파 입원하는것도 부러워서 무작정 따라해 보고 싶었던 철부지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40을 넘긴 아줌마가 되어서 여기저기 아픈곳이 하나씩 생기는군요 친구가 용기잃지않고 수술 잘 받고 나오길 함께 기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