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의 추억속으로.

안녕하세요 저번 인터넷에 시골풍경이라고 글을 올렸던 순창군에 사는 효민 효연이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가 된지 5년이 되어가는 최 은경입니다. 답변주신 글 잘 읽었어요. 그에 힘입어 용기를 내어서 우리부부가 만났던 이야기를 쓰기로 했습니다. 두서없이 쓴 글이라 조금은 엉성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재미나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시작할까요? 그러고 보니 벌써 7년전 이야기이네요. 바야흐로 시대는 95년 7월... 강원도 강릉. 학교 졸업과 함께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전 청춘의 화려한 시절을 보내고 있었던 때입니다. 지금은 핸드폰이 많이 보급되어 있지만 그때의 최첨단은 호출기였던 일명 삐삐였죠. 저도 뭐 유행이 뒤질세라 삐삐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7시 아직 비몽사몽간인 저에게 음성 메세지가 하나 들어왔어요. "은경씨 일어나시죠" 낯선이의 목소리에 일어나기는 했지만 누군지 궁금하더라구요.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니 아무도 아니라고 하고.. 그렇다고 며칠전에 미팅했던 그 남자애도 아니고. ..뭐 그날은 그렇게 지나갔지만. 그 음성메세지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정확히 7시가 되면 들어오는 겁니다. 알람시계가 따로 필요없던 거였죠.. 언제부턴가 그 음성메세지가 들어오지 않으면 허전한 생각마저 들고 걱정도 들더라구요.. 하루는 퇴근전 "오늘 밤 9시에 집에 전화할께요"라는 음성메세지가 왔습니다. 드디어 올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 그날 약속 취소하고 퇴근하자마자 집에와서 전화를 기다렸죠. 어느덧 9시.... 전화가 오더군요. "여보세요, 은경씨 입니까" "네, 그런데 누구세요" "저 모르겠어요, 전 은경씨에 대해 잘아는데" "네! 저에 대해 안다구요" 그러면서 그 의혹의 남자는 저에 대한 모든걸 모든걸 말하더군요. 가족 관계며, 학교, 친구들에 대해.. 저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는 사람같았습니다..혹시 스토커(?)아니야 갑자기 소름이 돋는거 같고 무섭기도 한거 같고 그러면서 화가나 "대체 당신 누구에요" "저요? 조운용인데요" "뭐라구요. 조운놈이라구요?" "조운놈이 아니고 구름 운에 용 용자 조운용이라구요" " 그건 그렇고 어떻게 나에 대해 잘 아는 거에요?" "저....실은....은경씨 오빠 군에 있죠?" 아!!!모든 것이 한순간에 밝혀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글쎄 오빠가 군에 입대해서 자기 소개하는데 여동생이 있다고 한겁니다. 그러다 보니 고참들이 빵이며 우유며 사주면서 동생소개좀 시켜주라고 했나봐요. 며칠전 휴가차 나왔던 오빠에게 나한테 삐삐가 있다는거 알고 고참 중 한명 즉 조운용이라는 사람에게 내 삐삐번호와 집 전화를 알려주면서 전화를 해 보라는 거였던 겁니다.. 이게 말이나 됩니까.. 뭐..그날 이후에도 그 남자는 항상 아침 7시에 음성메세지를 넣었고 전화도 종종하고 그러던 중 다가오는 토요일에 만나기로 했어요. 인상착이야 군인이 다 똑같이 별다를 것이 없을꺼 같아 그냥 버스오는 시간 맞추어서 터미널에 마중 나간다고 했죠, 그날따라 여름비가 많이 와서 올까 하는 기대에 기다리고 있는데 왜 그리 군인들이 많아 보이던지 이리저리 찾고 있는데 뒤에서 " 은경씨 아니세요" 하는 그소리에 돌아보니 우산속에 시원하게 웃는 어떤 남자가 서 있더라구요. 근데 갑자기 그 사람 주변이 어느 영화에서 나오는 그런 특수효과같이 온통 까맣게 변하면서 그 사람만 보이는데.....꼭 우린 만나야 하는 운명 같은게 느껴지더라구요. 우린 그렇게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고 계속 만남을 유지하던 중 가족이 알게 되자 전라도 사람이어서 안된다, 직업군인이어서 안된다라는 이런저런 걸로 반대가 심했어요. 잠시 헤어져 보기도 했지만 어디 그게 맘같이 되야 말이죠. 오빠가 제대를 하고 우리 사이을 알게 되자 부모님께 괜찮은 사람이라서 내가 소개 새켜준거라며 한번 믿어보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반대하시던 아버지가 운용씨가 저를 불렀습니다. 저의 아버진 해병대 출신으로 한 성격 하시거든요. 운용씨와 전 무릎끓고 아버지 엄마 앞에 앉아 무슨 결단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벌떡 일어나시더니 옆방으로 무언가를 가지러 가시는 겁니다.. 혹시 아버지가 몽둥이라도...겁이 나더군요. 그런데..글쎄...비디오 카메라를 가지고 나와 설치하고 녹화를 누르곤 " 자 그럼 시작하지, 자네 은경이 변함없이 사랑해 줄수 있나" "네!" "약속할수 있나" "네! 약속합니다" "됐어. 자네 나중에 발뺌하면 이거 증거자료로 보관하고 있다가 나중에 이상한 소리 나오면 그때 가만 안둘꺼야 알겠나" "네. 명심하고 끝까지 변함없이 살겠습니다." 그렇게 우린 결혼 허락받았어요. 지금은 남편 고향인 순창으로 내려와 남편은 광주로 출퇴근하고 시골 농사하시는 어머니와 시동생 둘과 꼬마공주 효민이 효연이 이렇게 작은 집에서 변함없는 맘으로 서로를 사랑하며 뭉쳐 살고 있습니다... 참. 그 비디오 테이프 잘 있냐구요. 글쎄요..그건 아버지 만의 비밀이 아닐까 싶어요 딸을 가진 아버지 맘이 아닐까 하는 왜들 남자는 아빠빼고 더들 도둑놈이라고 하잖아요..도둑놈에게 딸을 줄려니 무언가가 필요하셨던거였겠죠. 멀리 시집가서 안타까워 하시지만 그래도 지금껏 변함없이 사랑하면서 사니까 당행이라며 요즘 이혼하는 사람들 많은데 그러지 말고 서로 아껴가며 살라고 하십니다...갑자기 엄마 아빠가 보고싶어 지네요... 이 글이 채택되어서 주간상품 대형가족사진촬영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우리집 가족이 남자4 여자 4명 총 8명인데 아직 다같이 가족 사진을 찍지 못했거든요. 다가오는 추석에 다같이 모여 가족사진 찍었으면 좋겠네~~~~요.ㅎㅎ 열심히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주소: 전라북도 순창군 풍산면 유정리 872번지 최 은경 우편번호 595-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