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휴가를 가면서 전주에 사는 처남에게 들렀는데 그때 전주에도
여성시대를 자체 방송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들어오게 되었는데,이번 비에 별다른 피해는 없으신지요?
메리의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30여년 전으로 기억합니다. 그땐 집에 몇마리의 소라도 있으면 부농 축에 들었고
그게 아니면 개나 돼지라도 몇마리씩 키워서 자식들 학비 충당하고 시집 장가
보낼 때도 목돈을 만들어, 요긴하게 보탬이 되는 가난한 생활들이었습니다.
저는 별로 동물을 좋아하진 않는 성격이었습니다.
그러나 메리는 정말 영특하고 정이 많은 녀석이었습니다. 간혹 부모님께 꾸중을 듣는 날이
면 죄없는 메리에게 소리를 지르고 그것도 모자라 발길질을 해대며 엉뚱한 화풀이를 하곤
했는데 그 녀석은 변함없이 저만 보면 반가워서 꼬리를 흔들었고,학교에서 돌아오는 저의
발소리만 듣고도 컹컹짖으며 마중을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엄마만 보면 밥그릇을 물고 꼬리를 흔들며 아양을
떨었습니다.
엄마가 지 밥주는 사람인줄 알고 아마도 감사의 표시를 그렇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메리를 오래 키우다 보니 간혹 이상한 행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엄마나 아버지가 동네에 마실을 가시면 가끔씩 엄마 아버지 신발을 물고 오곤 했습니다.
어른들은 한 집에서 개를 너무 오래 키우면 저런 행동을 한다면서 너무 정이 들기전에
팔아야겠다고 했지요. 절대 안된다고 우겼지만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메리의 기척이 없었습니다. 등골이 서늘하더군요. 텃밭에 나가 엄마에게 볼멘소리로 물어보니 아버니가 장에 메리를 끌고 가셨다더군요.
더 이상 어찌해볼 도리가 없엇습니다.
해질녘 아버지는 내가 먹을만한
과자며 수박까지 한 아름 사 들고 오셨지만 저는 그 과자에
손을 대고 싶은 맘이 없었습니다.
괜스레 죄없은 엄마한테만 심통을 부렸지요.
그런데 이틀 뒤 마당에 멍석을 펴고 저녁을 먹는데 어디선가 컹컹짖어대는 메리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헛들었나 싶었지만 저만큼은 다른 집 개와 메리의 소리를 구분할 수가 있다고
확신을 하고 있었지요.벌떡 서서 맨발로 뛰쳐나가니 메리는 길고 긴 여정을 끝낸 여행자마냥 탈진한 모습으로
혀를 길게 내밀며 제게 뛰어올랐습니다.
한 참을 메리와 함께 뒹구는데 아버지는 미리 예상이라도 하셨는지 "내일 아침 아마도
새 주인이 찾으러 올거다"라고 하셨어요.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일이 가끔 발생하는 것을 염려하여 예전엔 개를 파는 사람이 새 주인에게 주소를 알려주는게 관례였다고 합니다.
밤을 하얗게 세우며 아침이 오지 말라고 기도하였건만
동도 트기전 새 주인은
달구지를 몰고 메리를 찾으러 왔습니다.
차마 메리의 마지막 모습을 볼수가 없어 저는 냇가에 나가 한참을 울었습니다.
팔이 아프게 돌멩이를 냇가에 던지며,하루 빨리 돈을 벌어서 메리를 되찾아 오겠다는 야무진 다짐을 했던것 같습니다. 고기를 좋하는 저지만
한국인의 여름 보양식 멍멍탕을 안 먹은 이유는 바로 메리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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