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부르기만 하여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아버지!
수많은 세월을 함께하면서 당신의 존재가 그렇게 큰 의미를 갖고 있는것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어릴적 나의 우상이셨고 커다란 버팀목이셨던 아버지!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와 함께 다니던 학교가 너무나 좋았고 행복했었음을 이제야 새삼 깨닫게 되네요.
아이들이 아버지를 호랑이 선생님이라며 너는 그런 아버지가 무서워서 어떻게 함께 사느냐고 물어보던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마다 "너희들이 잘못하니까 그렇지 잘해봐라 왜 무섭겠니?"
하며 그 말하는 아이들을 나무란적이 있었어요.
저에게 있어 아버지는 정말 다정하시고 인자하시고 모든일에 열성이신 분이셨거든요.
그 당시 아이들은 아버지를 굉장히 무서워했다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어요.
항상 나를 옆에 앉혀두시고 책상이며 책꽂이며 의자까지도 만들어 주셨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가난했지만 한 번도 아버지를 원망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보증을 잘못서서 학교도 그만 두시고 들어간 회사마저 파산되었을때.
빚에 쪼들려 죽과 수제비를 먹고 살았어도,
중학교때 수업료를 내지못해 공부도 못하고 집으로 쫒겨왔을때도,
고등학교도 못가고 1년을 꿇었어도...
아버지는 저에게 수 많은 꿈과 희망을 키워주셨기 때문에 좌절하지 않았어요.
그 힘든 와중에도 아버지는 저희들 한테는 튼튼한 버팀목이셨거든요.
중학생때 턱없이 모자라는 실력으로 아버지 손에 이끌려 유명학원 장학생 선발시험도 보고, 대학생때는 아나운서 시험도 치뤄야 했던 제가 당신의 극성스러움을 내 아이들에게 말해주면서 웃었지만 뒷끝이 매우 씁쓸했어요.
자식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크셨으면 실력이 모자라는 자식을 창피를 무릅쓰고 다니셨을까?하고...
결혼하고 난지 얼마 안되어서 그런 이야기를 꺼내던 저에게 그러셨죠?
"너희들은 나의 보물이었다.
세상 어느것과도 바꿀 수 없는...
난 그 보물들을 더욱 빛나게 하고 싶었다.
내가 해줄수 있는한 모든것을 다 바쳐서..."
그 말을 듣는 순간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천장만 한참을 바라보았던 그 때가 잊혀지질 않아요.
세월은 참 많이도 흘렀네요.
칠순을 훌쩍 넘겨버리시고 당뇨 합병증인 망막증으로 고생하시는 아버지를 뵐때면 지난날의 아버지 모습이 떠올라 너무나 마음이 아파옵니다.
이렇게 당신이 약해졌을때를 대비해서 우리들을 빛나는 보물로 만들려고 하셨나보다! 하는 생각이 자꾸들면서 가슴을 미어지게 해요.
아버지!
미안해요.
지난시절 나의 튼튼한 버팀목이셨던 것처럼 내가 아버지의 버팀목이 되어드려야 하는데 사는게 버겁다보니 그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사네요.
내가 아이들을 낳아 기르다보니 정말 힘겨운게 한 두가지가 아니고 산다는 것 자체가 괴로워 지쳐 버릴때가 많아요.
그때마다 웃고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부모의 존재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생각나게 하는 아버지가 떠올랐어요.
얼마전 택시를 타고 오는데 기사님이 말씀하신게 생각나네요.
자식한테 정성을 쏟고있는것의 10분의 1만이라도 부모님께 해드린다면 이 세상 노인들이 정말 외롭지 않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거라고...
집에 돌아오는 내내 그 말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았어요.
아버지!
제발 건강하게만 살아주세요.
고통이 몰려와 아버지를 힘들게 할지라도 저희들 곁에서 조금만 더 계셔주세요.
아버지의 보물들이 아직은 그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지만 아버지가 눈감으실때 정말 행복하게 가시게 해드릴께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저는 아직도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때면 아버지의 존재가 절실히 필요하답니다.
힘과 용기를 주는 아버지가 아직도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