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향기짙던 꽃들도 서서히 지어가고, 이제는 더할 수 없는 실록으로만, 실록으로만 한걸음씩 여름의문앞으로 다다갈때,
켜놓는 라디오에서 들리는 '아버지'라는 쓰린 단어가 자꾸만 저의 신경을 자극하는군요.
몇번을 망설이다가, 한숨짓다가,,,그리워하다가 이렇게 우리의 눈앞에서 계시지않고 마음안으로 옮기신지 십사년만에 처음으로 아버지를 세상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사내라서 그런지, 그리운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표현하는데에 서툴러서인지,,인색해서인지,, '아버지'를 부르는 목소리가 끝이 흐려지면서 뭔가 답답함이 느껴지는것은, 아버지와의 마지막 만남이 두고두고 아쉬워서 인 것 같습니다.
전라도 고창...유난히 농사도 많이 짓고,,특히 고추농사를 많이짓는 그런곳이지요.
여름 뙤약볕에서 몇마지기나 되는 고추를 따서, 말려서, 잘 담아서, 한푼이라도 더 받고자하는 농부의 소박한 욕심이 아버지를 영영 잃어야만하는 나쁜 욕심이었는지,
고창보다는 진안쪽이 몇백원 더 받는다는 말에, 새벽부터 고추포대들을 싣고 진안으로 가셨던 아버지,,,,
고1이었던 저는 학교에 갔었고, 저녁쯤에는 고추금 잘 받아서 돼지고기 몇근 끊어와서 포식을 할 수 있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산산조각이 나버렸습니다..
학교에 급히 연락이 왔는데, 어리기만 한 마음에 정말 꿈이기를 간절히간절히 빌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꿈이아닌 현실이었습니다.
며칠을 가족들의 애를태우고, 눈물을 흘리면서 바라던 간절한 마음은,,,간절한 마음은 끝내 들어주시지 않았습니다.
그날 저는 다른날과같이 학교에 갔었고, 집에서 위독하다는연락을 했는데도 수업끝나고 가도 괜찮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집으로갔는데,,,갔는데,,,
웅성웅성 사람들이 집안에 가득했습니다.
지금도 가끔 그순간이 생각납니다,,,,대문을 들어서는데 어머니의 울음소리....아,,,,,,아버지께서 돌아가셨군아...난,,,,얼굴도 못봤는데,,
돌부처처럼 꼼짝도 못하고 차마 아버지의 마지막 얼굴을 볼 수 없어서 그냥 서 있었습니다.
그리곤 모든사람들의 목소리, 우는소리들이 아득히 제 귀에서 멀어져만 갔습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어머니를 위해서 미리 물을 데워주시고, '어흠'소리로 집안의 기를 반듯이 세워주셨던 아버지...
다른친구들에게 기 죽지말라고 동네에서 제일먼저 텔레비젼을 사 주셨고, 그때만해도 자랑이었던 경운기를 동네에서 제일먼저 사서 자식들 목에 힘을 주셨던 아버지....
모든 가족들은 그대로인데,,,아버지의 경운기도 그대로인데,,,아버지만 계시지 않은것입니다.
고1..지금생각해보면 어리지도 않은데, 왜그리 철이 없었는지,,,
아버지의 묘소는 바로 집옆에 있습니다.
집에 갈때마다 아버지를 만납니다.
워낙에 내성적인 저는 마음으로만 아버지를 부릅니다.
제가 결혼하는 날, 혼자 썰렁히 앉으신 어머님의 눈물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결혼한다고 좋아하고 친구들과 피로연을 하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생각나는 것입니다. 신혼여행간다는 녀석이 갑자기 울면서 집에 뛰어들어가 어머니을 붙잡고 울고, 김장배추 가득심겨진 밭을 지나서 아버지 묘소에서 뒹굴며 울었습니다.
'아버지,,아버지,,'
결혼을 하면 어른이 된다고 하던가요..
아이를 낳아 부모가 돼봐야 그 마음을 안다고 했던가요..
제 딸아이가 친할아버지에대해 물어보면, 저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아주 자세하게 아빠와 할아버지의 짧기만한 추억을 이야기해줍니다.
고1이었던 저보다 철이 들었는지, '아빠는 슬프겠다..'하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딸아이를 보면서 다짐합니다.
아버지께 못해드렸던 효도를 어머니께 다 해드려야겠다는...
어버이날에 자식인 저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아버지 묘소에 카네이션을 모셔드리는 아내,,,,그리고 천국에계신 할아버지를 자랑하는 딸아이,,,
살아계실때 한번도 마음을 보여드린 적 없지만, 지금 둘째아들이 사는모습을 모두 보고계실 아버지를 오늘은 고개들어 바라봅니다.
늘 그립고, 늘 죄스럽고, 늘 안타깝기만 한 아버지....
아버지, 보고싶습니다.
다 큰 아들의 눈에 눈물이 나도록 보고싶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진심으로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오늘은 가슴속 맨 밑바닥에서 제게 힘을주는 아버지를 크게 불러봅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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