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서와는 거리가 먼 걸로 생각했는데 최근에 ‘부산행’이나 ‘곡성’같은 영화 이후로 ‘좀비’가 친숙해졌다.
좀비가 친숙해지다니 말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아무튼 .. ‘좀비’라는 게
지금은 드라마나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대중문화 영역에 들어와 있는 소재지만,
소설에서는 좀 빈약한 상태. 그 물꼬를 터주는 책.
좀비를 소재로 한 중단편 12편을 묶은 단편집.
그 중에서도 문학사적으로 좀비의 탄생과 초기 형태를 엿볼 수 있는 클래식들이 담겼다.
시기적으로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즈음에 쓰인 작품들인데,
이후 좀비 소설과 영화들에 영감을 주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원형’들이다.
예를 들어 윌리엄 시브룩의 ‘마법의 섬(1929)’은 아이티 부두교에 기원을 둔 좀비라는 존재를
처음으로 서구권에 알린 작품이고 ‘화이트 좀비’나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는 같은 제목의 영화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요즘 좀비들은 워낙 자극적이어서 이 옛날 좀비들이 좀 시시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세상에서 가장 연약하고 쓸쓸한 살아있는 시체들의 이야기에
더 은밀한 서늘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살아있는 전설, 미친 천재, 문학계의 싸움꾼, 할리우드의 문제아... 이 모든 수식어는
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바로 할란 엘리슨이라는 미국 작가.
1권은 ‘제프티는 다섯 살’, 그리고 2권이 아마 가장 유명한 ‘나는 입이 없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
3권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친 짐승’ 이렇게 되는데 여기 23편이 나눠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