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7일(화) 책방에 가다


** 어느 인문학자의 6.25 (에피파니, 강인숙 作)
작가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당시에는 경기여고에 다니던 여고생이었다고 한다.
소녀에서 숙녀로 성숙해가는, 한참 예민할 나이에 마주하게 된 한국전쟁.
그 순수하고 감성적인 눈으로 본 전쟁의 모습은 우리가 지금까지 들어온 전쟁의 모습과는
또다른 결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끓어오르는 간장과 된장이야기.
마을에 포화가 쏟아지니까 집들이 타면서 생긴 열로 장독대의 옹기가 달아올라서
그 속에 든 장들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던 것. 읽으면서 그 냄새가 진동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끔찍한 전장의 모습 뿐 아니라 그 안에서 일궈가는 일상의 모습들도 담겼다.
당시에 책 도적질이 그렇게 많았다고 한다.  피난을 가다가도 빈집이 나타나면 학생들은 들어가서
책이 있나 뒤졌다고. 책이나 일기장 이런 건 피난 보따리에 들어갈 수 없던 시절이니 책이 그만큼 귀했다.
그 난리통에도 고3들은 대학 입시를 위해서 과외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전쟁 이야기이기 때문에 당연히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이야기들이 많지만,
그런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과 가족을 지키고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들은 경이롭고 숭고하게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잊혀져가는 6.25,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로 생생하게 기록한 책이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