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작가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생전에 펴낸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끝으로 더 이상의 산문집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크던 차에, 어떤 책에도 실리지 않은 원고들이 발견됐다. 작가가 노트북과 책상 서랍에 보관해둔 원고 묶음을, 맏딸 호원숙씨가 찾아낸 것. 여기에는 생전에 쓴 마지막 글이 들어 있어 마치 유언과도 같은 울림을 준다.
『세상에 예쁜 것』은 이 원고들 중 2000년 이후 기고한 38편을 추려 묶은 책으로 여든 해 가까운 삶과 나날의 에피소드를 특유의 감수성과 혜안으로 풀었다. 박완서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묵직한 필체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늦깎이 작가로 데뷔하기까지의 자전적 고백부터 일상 속 깨달음, 이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 자연에 대한 예찬, 그리운 사람을 향한 글 등 다양한 소재를 품는다. `작가가 되고 싶은 어린이에게’는 개인에게 보낸 서신으로 이 책에서만 읽을 수 있는 미발표작. 박경리 선생의 추모식에서 읽은 `나의 경험 나의 문학’도 실렸다.
영원한 어른이자 어머니 작가인 박완서. 그는 현실을 초월한 어떤 깨달음과 가르침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평생 그래왔듯, 늙지 않은 감수성으로 느끼고 생각한 삶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인간 박완서, 작가 박완서만의 목소리로 말이다. 작가가 “상상력은 사랑”이라고 말한 바,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이라 해도 될 듯하다. 격동의 현대사를 거치며 새긴 증오와 복수심도, 글쓰기의 고됨과 보람도, 사별의 슬픔도 결국 사람들과 나눈 사랑으로 넘어서고 덮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말미에는 이 책을 낸 사연을 담아 어머니 박완서 작가를 기리는 호원숙씨의 글이 실려 있다. 그는 그렇게 많은 책을 냈음에도 아직 출간되지 않은 글들이 많다는 것을 안 순간, 반가움과 기쁨보다는 어머니의 한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마음이 저려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책을 통해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