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노벨상 시상식이 열린다.
140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지는 화려한 이 시상식 며칠 전 이곳에서는 상금 한 푼 없는 또 다른 시상식이 있다.
대안 노벨상으로 불리는 '바른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s)'이다.
'희망을 찾는가'(갈라파고스 펴냄)는 열네 명의 역대 바른생활상 수상자가 2005년 독일 괴테연구소 주관으로 열린 토론회에 한자리에 모여 진행한 강연과 인터뷰와 수록한 책이다.
이 상은 독일계 스웨덴 자선사업가인 야코브 폰 윅스쿨이 1980년 창설했으며, 환경ㆍ평화ㆍ인권 등의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발상이라는 측면에서 뛰어난 활약을 한 사람이나 사업, 기획에 주어진다.
2003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수상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59개국 141명(단체 포함)이 수상했다.
인간을 배제한 성장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 '더 빠르게, 더 크게, 더 높게'가 아닌 '더 작게, 더 느리게, 더 섬세하게'를 추구하는 이 상의 수상자들은 치열한 경쟁과 자기 가치 상실이 없이도 함께 잘 살 수 있는 미래를 꿈꾼다.
'오래된 미래'의 저자로도 잘 알려진 스웨덴 환경운동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세계화의 폭압에 맞서기 위한 문화의 다양성을 강조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다양성과 다름은 생물학적으로도 필요하고 문화적으로도 필요합니다. 기술에서나 사고 구조에서나 다양성을 말살한다는 건, 엄청난 사건입니다. (중략) 이제 참된 다양성, 문화와 생명에서의 다양성이 필요합니다. 자연에 순응하세요. 그러면 가능합니다."(166~167쪽)
필리핀의 사회학자 니카노르 페를라스는 저항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다.
"시민사회는 가치 변혁의 원동력입니다. 세계화든 인권 침해든 환경 파괴든 불평등이든, 시민사회는 늘 현재 우리 위에 군림하는 가치들을 비판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307쪽)
케냐의 여성 생물학자 왕가리 마타이는 1984년 바른생활상을 수상하고 20년 뒤인 2004년 아프리카 여성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나무 심기라는 간단해 보이는 일을 지속한 마타이는 25년간 케냐에 3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토질을 회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했다.
"진짜 기적은, 나무가 자라면서 그것과 사람 사이에 관계가 생긴다는 사실이예요. (중략) 이 돈독한 관계가 희망을 북돋워주고 시간을 단축시킵니다. 나무는 더 나은 삶을 꿈꾸게 하는 희망지기인 셈이죠."(189쪽)
남들과는 다른 생각으로 희망을 찾는 이들의 메시지는 성장과 개발이 만능이 된 사회 속에서 나를 잃지 않고 중심을 잡는 법을 안내한다.
게세코 폰 뤼프케ㆍ페터 에를렌바인 엮음. 김시형 옮김. 364쪽. 1만6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