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이면 아내는 대학에 입학합니다.
나이 마흔에 새내기가 되는 건데요..하지만 포부만은 여느 새내기 못지 않죠..
문득 지난 일년이 떠오르네요.
어느 날, 아내가 동창모임에 다녀오더니 벼란 간 대학에 가겠다고 선언하더군요..
나이도 많은데다 아이도 중학교에 입학해 더 신경 써야 할 시기에
대학을 가겠다는 아내 결심에 당황했던 게 사실입니다.
아니, 입시학원에 등록하는 아내를 보고서도....두고 보자는 심산이었죠..
분명 얼마 못 가 그만 둘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 의도는 보기 좋게 빗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새벽 일찍 일어나 식사 준비를 미리 해 놓고, 집을 나서는 아내...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원에 출석을 하는 가 하면,
일요일에도 이렇다 할 외출 한 번하지 않고 공부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고3 아이들과 똑같이 수험생이 되어 시험을 치렀답니다.
저는 좋은 성적이 아니어도 뭔가를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그 열정에
만족하자 했는데..아내는 시험도 잘 치뤘더군요.
결과는 자신이 원하던 유아교육학과에 당당히 합격을 했습니다.
사실 저는 도움이 되기는커녕, 나이 들어 대학 들어가 뭐하겠느냐고 짜증을 내기도 했습니다.
아이가 예민해져서 짜증을 부릴 때면 아내만 들볶았구요..
우리 가족 인생은 내 팽개치고, 자기 인생만 중요하냐고 화를 낸 적도 많았죠.
그럴 때마다 빨리 졸업해 아이들과 제게 진 빚을 갚겠다고 설득하던 아내였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아내가 제게 그러더군요.."당신도 공부하면 어떨까...?"
사실 저도 대학 공부를 하지 못했습니다..
이럴 때, 자격지심이라고 해야 하나요? 진심어린 의견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아내가 대학을 졸업하면 혹시 나를 무시하지 않을까..
혼자 훨훨 어디로 날아 가버리는 건 아닌지..
노파심에..짜증을 더 부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바보같은 생각들이었죠.. 앞으론 아내가 늦게 시작한 공부가 후회스럽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밀어줄 생각입니다.
그리고 틈틈이 저도 미뤄두었던 공부를 시작할 겁니다.
마흔 나이에 포기하지 않고 대학생이 된 아내...
그 길에 축복이 가득하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