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막달에 다다랐을 무렵 유난히 신경이 예민했던 저는
아파트 윗층에서 낮 3시면 치는
피아노소리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럽다고 느껴졌습니다.
" 아 왜 이 시간만 대면 피아노를 치는거야 !"
" 한번 올라가서 따져말어 ? "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밤이면 윗층의 발자국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화장실에가서도 윗집의 물내리는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혹여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치면 한마디 해야겠다 다짐을 하며
독기를 품고 있었죠
그러다 아이가 태어났을 무렵 저희집 초인종을 누르고 찾아온 여중생.
" 누구세요 ? " 하며 약간의 경계를 표시하는 제게
수줍은듯 여중생이 내밀은건 대형마트에서 방금 산 듯한
갓난아기 내복이었습니다.
" 안녕하세요 ? 저 윗집 학생인데요 ... 아기 태어난거 같아서 선물을 사왔어요 .
드려도 괜찮을까요 ? "
전 그 말을 듣는 순간 귀가 뻘개지고 코가 시큰거릴정도로 부끄럽고 미안해서
안받겠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한사코 거절하기에도 학생 내민 손이 민망할 것 같아서
연신 감사하다며 받아들고는 그렇게 어색하게 문을 닫았습니다.
아마도 그 중학생 ... 아 ... 오가며 제 배가 불뚝 나온걸 보고 제가 아이를 가졌다는걸 알았을테고
우리집 아기가 어찌나 새벽이면 울어대는지 그 소리에 아이가 태어난걸 알았던 모양입니다.
순간 제 생각만 하고 피아노 잠깐 치는걸 못 견뎌서 눈에 쌍심지를 켜고
옹졸한 생각을 했던 제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웠습니다.
그 이후로도 윗집 학생은 오후 3시면 여전히 피아노를 치지만
너무 희안한건 그 이후로 그 피아노소리가 마치 모차르트 음악처럼 편안하고 싱그럽게 들린다는거에요
단지 선물을 받아서가 아니라 서로 얼굴을 보고 마음을 전달하고나니 상대방의 입장이
그 음악이 이제는 소음이 아닌 선율로 들리기 시작했던거죠
저는 며칠전 딸기가 싱싱하길래 세박스를 사서 옆집 윗집 그리고 아랫집에 선물을 했습니다.
항상 무표정하게 살며 이웃을 경계하듯 지내던 저였는데 이렇게 마음을 열고나니
삭막했던 아파트의 계단도 이제는 햇살마저 따뜻해보이고
짜증나던 층간소음도 이제는 저에게는 들리지 않게 되었거든요
층간소음 없는 아파트를 찾을게 아니라 제 이 방법이 너무 좋아서 여러분께도 알려드리고 싶어졌어요
여러분도 윗층에 모차르트가 사는집에 살고 싶지 않으신가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