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달…….
시간 내어 친정에 놀러 가면 먼저 반기는 소리.
어머니의 건강하심을 알려주는 재봉틀의 연주를 들으면 저절로 애잔한 마음에 가슴 저민다.
외아들에게 시집 와 홀 시어머니를 정성으로 모시고 평생 일만 하셨던 어머니!
조르지 않아도 쏜살처럼 가버리는 섬광 같은 덧없는 인생을 살며 남편과 시어머니도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낸 요즘.
한평생을 함께 하며 소중하게 여기는 앉은뱅이 재봉틀은 어머니의 유일한 친구라고나 할까?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낡은 재봉틀과 동고동락(同苦同樂)하며 하루를 마감하시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하루 일과 중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은 덧신을 만드는 것이었다.
한 땀 한 땀씩 박아 정성으로 만들어 경로당의 할머니, 날품팔이 아줌마, 우유장사, 청소부아저씨, 그리고, 가까운 이웃과 친척까지 골고루 나눠주시려고…….
종종 바느질하느라 피곤한 모습을 뵈올 땐 손주 재롱이나 보며 편히 쉬기를 소원(所願)하는데, 어머니는 인고(忍苦)의 세월만큼이나 깊게 파인 주름 사이로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내 말에는 아랑곳없다는 듯이 엉뚱한 소리로 일침(一針)을 놓으신다.
"지나간 시절의 향수(鄕愁)에나 젖어있는 사람은 시대에 뒤지며 사는 사람이고, 행복(幸福)이란 자기의 분수를 알고 만족하며 감사할 줄 아는 삶에 있는 것이란다. 이날 입때껏 우두커니 앉아 해바라기만 하고 있었으면 뭐가 남았을까? 죽으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텐데……."
아무런 바램이 없이 오직 베푸는 것으로 행복해 하는 어머니의 투박한 손을 볼 때마다 가슴이 싸하게 아파 옴을 느끼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시니 말릴 수가 없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주변까지도 돌아볼 줄 아는 어머니!
하찮게 생각했던 것들이 누군가에게 기쁨을 준다는 것을 알고 난 후 항상 열려 있는 마음을 본받아 순박한 심성을 가진 어머니처럼 내 부족함도 아름다운 빛깔로 조금씩 채워가리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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