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돌아왔어요.

안녕하세요?
10년 전에 전화통화했던 (물런 기억은 못하시겠지만) 부산댁이에요.
언젠가 김차동씨 친필 편지를 받고 감격했던 일이 기억에 생생하네요.
그동안 저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답니다.
저의 남편을 기러기 아빠로 만들어 2년 반동안 독수 공방하게 했지요.
미국에 있으면서 재미있는 사건이 생기면 김차동씨에게 사연을 보내고 싶었지만 워낙 인터넷이 느려 방송을 듣는다는 것이 힘들었어요. 역시 한국이 IT강국인가봐요.
 
몇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미국생활에서 가장 필요한것이 자동차예요.
그러니 당연히 면허증을 따야겠죠?
하지만 영어를 읽는것도 말하는 것도 능숙하지 못한 저에게는 굉장히 큰 어드밴쳐였어요.
우선 필기시험은 컴퓨터로 주어지는 문제중 80% 이상을 맞춰야  통과되요.
저처럼 외국인이 시험보는 경우에는 사전을 보는것이 허용된다는 것도 특이하지요.
실기시험은 한국주행시험과 비슷한데 엄청 길어요.
동행한 시험관이 좌회전,우회전, 주차를 외치면 그대로 해야 하는데 미국은 특이하게도 골목마다 stop사인이 있어서 보일때마다 서야되요.
좌 우회전 할때에도 등을 돌려서 뒤를 직접 봐야 하는데 익숙치 않은 한국사람들은 많이 힘들어 했답니다.
저는 필기시험 3번, 실기시험 3번만에 어렵게 미국 미네소타 주 정부에서 발행하는 드라이브라이센스를 받을 수 있었어요.ㅋㅋ
 
아이들은 학교가서 두 세달이 지나니 영어가 자연스러워 지는데 저는 고생을 많이 했어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저도 학교를 다녔는데. 사람의 말을 귀가 아니라 눈으로 들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무슨 말이냐하면 대화를 할때 처음 3분 정도는 잘 들려요. 왜냐면 집중력이 높은 시점이기도 하지만 거의 생활영어 수준이거든요.
한 5분이 지나면 이사람이 말을 하는 건지 랩을 하는 건지 잘 못알아 들어요.
거의 단어 두세개만 캐취한 상태에서 말을 조합해 보는 것이죠.
표정에서 예스 or 노를 결정하고 긍정문, 부정문이 정해졌으면 의문문인지 평서문인지 확인해요.
의문문이라면 대답을 해줘야 겠지만 평서문일경우 대부분 '으흥' 정도로 호흥만 해주면 되거든요.
 
외국에서의 생활은 한국보다 심플해요.
당연한 것이 부모님댁도 없고 친척들도 없으니까요.
그래서인지 교회나 학교를 통한 지인들끼리의 유대감은 남달라요.
한인사회가 좁아서 한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이어서 남 흉같은 거 보면 금방 들켜요.
 
한국의 가을 하늘은 유명하지만 미국에서 보는 하늘은 달력 사진 처럼 너무 예뻐요.
한국은 땅이 좁아 건물을 촘촘히 높이 짓지만 대부분의 미국건물은 단층 아니면 이층이 전부예요.
물런 중심가에는 높은 건물이 있지만..
매장 인테리어도 계절마다 달라져요.
봄에는 이스트데이여서 토끼와 달걀그림,여름에는 바캉스시즌,가을에는 할로윈의 주황색, 겨울에는 크리스마스트리장식이 이채롭지요.
건물 바닥이 다 카펫이라 청소기는 꼼꼼히 돌려야 해요.
아파트 리페얼 맨이 아무런 거리낌없이 신발신고 우리집에 성큼성큼 걸어 들어와서 깜짝 놀랐어요.
 
미국에 가면 물가가 굉장히 비쌀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예요.
기저귀나 우유, 달걀,야채,과일,고기등 한국보다 엄청 싸요.거의 반값수준.
단지 집을 렌트하는 경우 한달에 100만원 가량 나가는 것이 비싸서 부담스러웠지만 사교육 비가 나가지 않으니 오히려 돈을 절약할 수 있었어요.
한국에는 녹색가게나 아름다운가게가 그다지 성업중이지 않은데 비해 미국의 재활용가게는 가게 수도 아주 많고 물건도 아주 좋았어요.굿윌이나 턴 스타일은 저의 단골가게였어요.
 
겨울방학이 짧은 대신 여름방학이 길고 봄방학, 가을 방학도 있답니다.
3달의 긴 여름방학동안 캠프도 가고 바베큐도 하고 특히 수영장에서 하는 점핑은 한국에서 누려보지 못했던 낭만이었어요.
 
그동안 재미있었던 일도 속상했던  일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다 추억이 되었네요.
아이들 영어가 늘어서 좋아했지만 한국에 와 편입시험을 치면서 보니 국어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어요.
인생이 뭐 그런거 같아요.좋은 일은 손바닥 앞 뒷면 같은 것.
우리가족이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하시던 어머니께서 그동안 많이 연로해 지셔서 건강이 안좋아 지신것도 속상하구요. 하지만 팔순생신을 맞아서 다시 고와지실 어머니를 기대해 봅니다.
새봄이라고 하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새로 출발하는 마음으로 2012년을 알차게 보낼 저희 가족을 위해 파이팅 한 번 외쳐주세요.
 
혹시 전화연결이 되기를 바라며..
221-2272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