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버님 자랑 좀 할께요^^

모두들 안녕하세요. 이렇게 글을 쓰려니 떨립니다.

 

시아버님 생신을 맞아 축하사연 올리려고 했는데 없는 글 솜씨지만 용기내어 '우리사는이야기'에 도전해 봅니다.

 

저는 2008년 9월에 결혼한 한 집안의 며느리입니다.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고요.

 

오늘 제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시아버님 생신을 맞아 아버님 자랑을 좀 해볼까 해서입니다.

 

저희 아버님은 초등학교에서 근 30년간 교편을 잡으신 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초등학교 선생님에 대한 편견은 속된 표현으로 쫌생이에 잔소리꾼....^^::::

 

저희 아버님이 보통의 사람 보다는 좀 꼼꼼하시고 빈틈이 없으시기는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잔소리가 좀 많아지는것 같습니다.

 

저희 어머님과 남편은 아버님의 그 잔소리 때문에 조그마한 참견 조차도 잔소리로 여기며 넌더리를 치는대요...

 

일찍이 친정아버지를 여읜 저는 아버님의 그 잔소리가 너무 좋았습니다.

 

다들 잔소리라 느끼는 그 소리가 저에게는 그저 세심한 관심과 자상함의 표현이라고 느껴졌거든요.

 

제가 지금도 잊지 못하는  아버님께 감사했던 일은 제가 첫아이를 임신중이던 때와 출산하던 날의 일입니다.

 

저는 겁이 좀 많은 편이에요.

 

남편은 제가 엄살이 많다는걸 알아서인지 제가 아프다고 해도 크게 반응하질 않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반응에 그리 서운해 하지 않는 이유는 아버님 덕분입니다.

 

아버님만은 예외적으로 아주 크게 반응해 주시거든요^_____________^

 

임신초기 겨울이었는대요. 날씨도 많이 춥고 임산부다보니 면역력도 약해져서 인지 평소 건강체질이던 저에게

 

감기가 찾아왔어요. 

 

임신했을 때는 마음도 여려지는데다가 엄살도 많은 저는 실제 느껴지는 아픔보다 더 많이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퇴근해서 집에 갔는데 아버님도 안계시고 어머님도 안계시고 남편도 아직 퇴근 전이더라구요.

 

남편에게 먼저 전화 걸어 "자기야... 나 감기 걸려서 열나는거 같어. 아포...." 이랬더니

 

남편은 임신 했을 때는 약도 못먹으니까 다른 방법이 없다며 단칼에 잘라 말하고 거기다 약속이 있어서 늦기까지

 

한다는 거에요. 쳇!!!!  저는 곧바로 아버님께 전화했죠.

 

"아버님 어디세요? 왜 안오세요?"

 

아버지 왈 

 

"오늘 학교 방학했는데 선생님들하고 회식 있어서 좀 늦는다. 그런데 애기 너는 목소리가 왜 그렇게 힘이 없니?"

 

저 왈

 

"아버님~  저 감기 걸린 것 같아요. 열이 나는 것 같은데 으슬으슬 추워요"

 

아버지 왈

 

"큰일 났다. 큰일 났어. 아무것도 하지 말고 보일러 세게 틀어놓고 누워 있어라"

 

역시 목소리만 듣고도 제가 평소와 다르다는걸 알아 차리신 우리 아버님 이십니다...

 

그것만으로도 남편에게 섭섭했던 마음 위로 받았는데 잠시 후 아버님이 들어오셨습니다.

 

아픈 저만 혼자서 집에 있는게 걱정 되셔서 회식도 안하시고 곧장 퇴근하셨던거에요.

 

게다가 아버님께서는 제 이마도 만져주시고 모과차도 타주시고 제가 괜찮아 지는지 체크하시려고

 

방문까지 살짝 열어 두시더라구요.  너무 감사했습니다.

 

저희 아버님은 저에게만 이렇게 자상하신게 아니에요. 아버님은 효자이십니다.

 

시할머님이 거동을 전혀 하실 수 없어 요양병원에 계셨는데요.

 

저희 아버님은 하루도 빼 놓지 않으시고 할머님이 좋아하시는 조기를 구워서 매번 할머님께 들르셨어요.

 

그런데 입덧을 하는 저는 그 조기 굽는 냄새가 얼마나 역하던지... 그 기름 냄새에 머리가 깨질것 같고...

 

하루는 제가 방에서 나와보니 아버님이 현관에서 조기를 가지고 들어오시는거에요.

 

영문을 여쭤보니, 제가 냄새 때문에 힘들어 하기에 일회용 버너를 가지고 아파트 복도에 나가서 조기를

 

구워오시는 길이라고.... ^^:::  그 뒤로도 쭉 제 입덧이 끝날때까지 그렇게 하시더라구요.

 

임신중에 남편하고 싸우리가도 하면 아버님은 늘 제 편을 들어주셨습니다.

 

"임신 했을 때 서운했던 일은 평생을 두고 잊혀지지도 않는다는데 왠만한건 다 부인 말 들어라. 여자한테 져 주는게 이기는 거다. 니가 배 불러서 다녀봐라 얼마나 힘들겠냐?" ^____________^

 

아버님의 이 한마디에 늘 저는 남편을 이겨 먹고 살았습니다.

 

힘들었던 때도 흘러흘러 출산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밤새 진통을 해서 짐을 챙겨 병원에 갔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새벽녘이 되니 진통이 멈추었어요...

 

전혀 아프지가 않았어요. 아프지 않았다고 해서 제가 맘이 편해진건 아니었어요. 두려웠어요....

 

바로 옆방의 산모 때문에.... 저와 비슷한 시간에 병원에 왔던 옆방 산모가 얼마나 얼마나 소리소리를 질러

 

대는지...  그 산모 때문에 너무 두려웠어요.... 안그래도 자연분만에 자신이 없던 저는 그 산모의 비명에

 

지레 질려 점점 제왕절개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남편에게 조심스레 물어보니 수술하자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마음 한켠에 자연분만을 해야 왠지 시부모님께 더 당당할것 같은.... 그런 마음이 들더라구요....

 

당당히 자연분만 해서 시부모님 품에 손주를 안겨 드리고 싶었던 제맘....

 

하지만 두려움에 점점 수술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또 다른 제맘.....

 

이때, 아버님이 등장하셨습니다.

 

"애기야 너 무서우면 수술해도 된다. 우리 눈치보지 말고 수술하고 싶으면 수술하자. 어차피 너 혹도 있다고 했으니까 수술해서 애기도 낳고 혹도 떼버리고...." 

 

어찌나 기쁜지 그동안 두려움에 잔뜩 웅크리고 있던 저는 아버님이 제 구세주 같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수술로 첫 딸을 낳았습니다.

 

그런데... 한 고비 넘어 또 한 고비....

 

수술대에 누워서 천정을 바라보고 있는데 얼마나 무서운지  다리가 가만 있질 않고 부들부들 떨려서

 

제 의지로는 떨리는 다리를 멈출수가 없었습니다.

 

남들 하반신 마취만 하는 것을 저는 전신마취를 해서 아이 한번 안아보질 못했고

 

회복실에서 눈을 떴을 땐 입덧 했던 것과 같은 메스꺼움과 수술 후의 고통으로 또 힘이 들었습니다.

 

마취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채로 그렇게 중환자처럼 병실로 옮겨지는데 자연분만 못한 제가 너무

 

한심스럽고 미워서 눈물이 펑펑 났습니다.ㅠ.ㅠ

 

꼬박 24시간 동안 물 한모금 먹지 말라는 간호사 선생님의 지시를 들은 남편은 정말 제게 물 한모금 주질

 

않았습니다.  목이 마르다마르다 혀까지 쩍쩍 갈라지는거 같고 목이 쎄한대도 독하게도 물 한모금 안주더라구요.

 

어찌나 또 밉던지. 그런데 이번만큼은 아버님도 선뜻 나서질 않으시더라구요...

 

잠시후 남편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아버님이 벌떡 일어나셔서 어디론가 가시더니 물을 가지고 오셔서는

 

마시지는 말고 잠시 입에 머금었다가 뱉으라고 하시며 물을 먹여주셨습니다. 아버님 말씀대로 잠시 머금었다가

 

뱉으려고 하는데... 이런! 마땅히 뱉을 곳이 없는거에요... 그때 아버님이 손을 내미시더니 "여기에 뱉어라"

 

남편이 들어오기 전에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해야했기 때문에 당황한 저는 아무 생각없이 아버님 손에

 

머금고 있던 그 물을 뱉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후로도 남편이 잠시 자리를 비울 때면 아버님이 그렇게 제게

 

생명수와 같은 물을 먹여주셨고, 링거액 때문에 다리가 퉁퉁 부었을 때도 남편보다 아버님이 더 많이 주물러 

 

주셨습니다. 너무 감사해서 "아버님, 나중에 아버님 편찮으시면 제가 이렇게 해드릴께요." 이랬더니

 

아버님이 "그래 고맙다. 너랑 나랑 아빠랑 딸 처럼 편하게 지내자. 나도 딸 없고 너도 아빠 없으니까 우리 둘이 그렇게 지내면 좋잖니." 하시는데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사실 아버님은 딸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으로 이민가서 여기에 없으니 제게 그렇게 말씀하셨나봐요.

 

그때 일을 생각하니 또 감격의 눈물이 나네요.

 

아버님은 지금까지도 저를 딸처럼 아끼시고 사랑해 주십니다.

 

제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주시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십니다.

 

이제 시집온지 얼마 되지 않은 며느리가 얼마나 칭찬 할게 많이 있겠습니까마는 늘 칭찬만 듬뿍듬뿍 해주십니다.

 

저도 그래서 늘 주위 사람에게 남편보다는 아버님 자랑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어머님과 우리 남편이 질투를 할만도 한데 전혀 질투 하지 않고  이쁘게 봐주시네요...

 

1월 8일이 저희 아버님 생신이세요.

 

어머님은 미국 사는 딸네 집에 가셔서 이번 아버님 생신상은 어머님 대신 제가 차려 드리려고요.

 

낮에 마트가서 이것저것 사봤는데 마음만 앞섰지 솜씨가 없어서 걱정이네요..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솜씨 어떻게라도 묻히게 해 보려구요 ^^:

 

차동DJ께서 도와주세요~~~

 

아참! 사랑하는 우리 남편과 토끼 같은 제 딸 규리에게도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2011. 1. 6.

 

군산 지곡동에서 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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