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41살. 중1 아들을 두고 있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너무 온순하고 사랑스럽던 아들이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너무나 변하더군요.
일명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춘기.
다아는 데도, 혼란스럽고 가슴이 아프더군요.
밥먹는 모습을 좀 쳐다보고 있어도, 부담스럽다고 쳐다보지 말라고 한다던가, 저는 이야기로 풀어갈려고 무슨 말을 띄울려고 하면
"알았어요. 그러니까 안된다는거죠? 길게 얘기하지 마세요." 하더군요.
눈도 안마주치고 대답도 잘 안하고......
그리고는 입학한지 한달도 안되어 교복이 뜯겨져 오고, 다쳐 오고 하더니, 급기야 친구를 때려서 학교에 불려가고.....치료비를 물어주고......
거짓말 조금 보태서 손 한번 안올리고 큰 소리한번 안내고 키워왔는데
담임선생님의 가정교육을 어떻게 시켰나 하는 눈빛도 참 상처가 되었어요.
겨우 1학기를 마치면서
팔기브스에, 손가락 골절에, 다리 기브스....
이런 맘을 , 우연히 고등학교 은사님께 메일로 하소연을 했더니 대뜸 당신을 만나러 오라는 것이었어요.
거의 60이 다 되어 평교사로 지내는 선생님.
이따금 메일로 연락을 하고 있었지만
찾아뵌지는 10년도 더 넘는것 같은데.....
아이들이 방학을 하고, 이번 휴가에 오고가고 장장6시간의 차를 타고 장흥고등학교에 계시는 선생님을 만나러 갔답니다.
그리고 저는 낡은 노트 3권을 받았어요.
고1때, 제가 겨울방학동안 샘께 매일 반성문 이라는 명목하에 50일간 쓴 얇은 노트는 일기장이었습니다. 25년전의 나를 만나는 일이었지요. 소설같은 이야기죠?
감격. 그런게 있는지도 몰랐고, 그걸 아직도 간직하고 계시는 것도 놀라웠어요.
그리고 돌아와 읽어보았습니다.
제가 얼마나 지독한 사춘기를 보냈는지 까맣게 잊고 있었던 저는 한줄한줄 읽으면서 저를 찾아갔습니다.
엄청난 인식의 혼란. 뭐가 옳고 어떻게 살아야 하고 무엇때문에 공부를 해야하는지....그리고 엄청난 어른들을 향한 불신. 끝없이 어른들을 조롱하고 비웃는 지독한 아집속에 빠진 저를 보았지요.
그 은사님 말씀이 제가 보낸 사춘기는 더 파란만장했다고...문제아중에 문제아였다고....하시더군요.
전 공부를 제가 잘해서 모범생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진짜 학교를 몇번씩 발칵 뒤집히게 했던 사건들이 많았던 것이 생각 났어요.
저를 끝까지 믿어주신 은사님 덕분에 뒤늦게 대학도 가고
이렇게 좋은 가정을 꾸미며 잘 사는 것이 평생 은인같아 늘 안부를 드리는 저지요.
그리고 저는 알았습니다.
지금 우리 아들에게도 논리나 말이 전혀 먹히지 않는 어둠과 혼란속에 하루하루를 산다는 것을.
그리고 그 외로움속에서 빨리 빠져나오는 것은 오로지 사랑과 따뜻한 관심과 지겨봐주고 다독여주고 믿어주는 것이라ㅡ는것을.
그 많은 이야기를 어찌 글로 다 합니까.
어쨌든 이번 방학동안 아들과 지내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그렇게 믿고 못미더워 불안해서 눈빛한번 곱게 안주었던.....많이 미웠던 아들.
방학동안
학원도 하나 안보내고 맘을 터놓고 이야기도 많이 들어주다보니 여전히 변하지 않는 착한 심성과 삐뚤어지지 않은 맘이 있더군요. 혼자 알아서 공부하게 했더니 오히려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았어요.
믿기로 했습니다.
불안해서 쩔쩔매는 것은 아들을 더 외딴 곳으로 모는 일일 테니까요.
아, 빨리 사춘기가 끝나고, 키가 훌쩍 잘랐듯 어른처럼 맘도 한껏 자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