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원

일요일 오후. 아이들과 시내에 있는 문고에서 책을 읽고 늦은 점심을 위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 때 1학년된 아들이 "돈이다" 외치더군요. 땅바닥에 오천원이 있더라구요. 순식간에 제가 주어 호주머니에 넣으면서 '웬 횡재냐, 점심 먹는데 보태야겠다, ㅎㅎㅎ' 혼자 신이나서 뭘 먹을까 생각하며 즐거운 발걸음을 옮겼어요. 아들은 "걷는데 돈이 눈에 보이는 거예요. 엄마 저 잘했죠" 엄마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 아들도 기뻤는지 연신 재잘거리더군요. 그런데 옆에 있던 2학년 된 딸아이는 거의 아무말이 없더군요. 맛있는 것을 먹고 밖을 나오니 뜨거운 햇살이 우리를 엄청 힘들게 하더군요. 다시 문고에 가려 했으나 아들이 덥다며 짜증을 내고 딸도 집에 가고 싶다고하여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어요. 출발한지 얼마안돼 딸이 그러더군요. "엄마 우리 선생님이 돈을 주으면 주민자치센터에 갔다주어야 한댔는데..." 뜨끔했어요. 아이들이 저렇게 컸구나 엄마의 행동 하나하나를 눈여겨 보고 있구나 저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핑계아닌 핑계를 대었지요. "오늘 일요이라 주민자치센터 문을 닫았을텐데. 그리고 여기는 시내라 없을 것 같은데..."  말끝을 흐리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경찰서 있잖아. 주민자치단체가 없으면 경찰서에라도 갔다 주랬는데" 마침 전주시 경찰서를 통과할 예정이었다. 난감했다. 오천원 요즘 오천원이 오천원이냐 사람들 그거 잃어버리고 어! 없어졌네 하면서 그냥 지나칠 액수인데 그걸 구지 경찰서까지 들려 갔다주어야 하나 귀찮고 하찮은 생각이 들었다. 운전하면서 얼핏보니 문이 닫혀 있길래 "문 닫혀 있다" "그러게" 딸이 아쉬워했다. "엄마 그러면 돈 주은 옷가게 앞에 갔다 줄까. 돈 잃어버린 사람이 거기로 올거아냐?" "맞다 그 방법이 있었지" 딸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면서 내 머리속에는 여기서 언제 차를 돌리며 시내 안쪽이라 차를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는데 어떡하지 그러면서 계속 집 방향으로 달렸다. 그리고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는 정직,  배려, 자아정체성, 경제관념 등을 갖도록 무지 요구하면서 정작 아이들에게 어른다운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했다는 것을. 그리고 나의 이런 복잡한 생각을 알았을까 딸이 집 근처 마트에 가면 불우이웃돕기 저금통이 있는데 거기다 넣으면 어떨까 하고 방안을 제시했다. 우리는 집 근처 마트에 가서 딸만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도저히 미안하고 마음이 편치 않아 들어갈 수 없었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통해 요즘 새로운 것을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다.
 
 
연락처 : 박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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