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어머님의 이해할수 없는 행동을 처음 알게된건... 제 아들이 다섯살 이었을겁니다.그날은 김장을 마치고 돼지 고기에 막 담은 김치를 싸먹으며 김장을 마무리 짖고있을때 였으니까 꼭 이맘때 였지요.마당에서 보물을 캤다며 흥분된 목소리로 뛰어 들어오는 아들 손엔 작은 항아리가 들려있었고,그 속에선 금목걸이, 반지, 팔지 이런 것들이 나오더군요.모두들 어리둥절 바라보고 있을때 어머님은...
"아유~이 도깨비들 내가 못산다~"하시며 박장대소를 하고 웃으시더군요.어머님은 뉴스에서 시골집만 털어간다는 빈집털이가 많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낮에 들에 일하러 가고나면 혹시 도둑이 들까봐 텃밭에 귀중품을 묻어 뒀었는데 그걸 손자가 우연히 지렁이 잡는다고 팠다가 발견한 겁니다.
그 밖에도 숨기는건 어머님을 따를자가 없었는데...아낀다고 좋은 과일을 숨겼다가 썩히는 일은 흔한일이었지요.그런 어머님이 작년 봄에 갑자기 82세의 연세로 뇌경색이라는 병으로 쓰러졌고 잠깐 병원에 계실때 딸들이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자식의 얼굴조차 기억 못하는 분이 어디에 뭘 숨겼는지 기억한다는건 무리였지요.
꽃잎만 떨어져도 눈물짖는 여린 성품의 어머니는 가실때도 그렇게 힘없이 너무나 빨리 우리 곁을 떠나버렸습니다.
그후....어머님이 어디에 뭘 뒀는지 아는 사람은 8남매중에 단 한명도 없었지요.
그런데....장독대 빈 항아리 속에선 10000원짜리 95만원이 소금 항아리 밑에서 5000원짜리 뭉치가 비닐 봉지에 싸여서 나오더니 된장항아리 밑에선 1000원짜리 뭉치가 발견 되더군요.
마치 벽돌처럼 딱딱하게 생긴 그래서 분리도 어려운 상태였지만 자식들이 준돈을 오랫동안 모아왔을거란 생각에 눈물이 났습니다.아끼지말고 그 돈으로 맛난거나 사드시고..아프면 병원에가실것이지....정말 속이 상했습니다.
이제 어머님이 우릴 떠난지 벌써 1년이 다되어가는데...아직도 잊을만하면 팔찌,시계...목걸이 이런것들이 나옵니다.얼마전엔 반지 두개가 나왔지요.우린 그럴때마다 이사가면 안되겠다며 웃기도 한답니다.
어머님은 우리가 당신을 잊을까봐 걱정되었던 걸까요?아니면 어머니의 한평생이었던 고향집을 잃을까봐 걱정된 것이었을까요?
그런 이유인지 누가 말한것도 아닌데 우린 어머님 없는 고향집에서 제사를 모시고 명절에 차례를 지냅니다.
그 옛날 소풍에서 보물찾기 하듯이 사소한것에서 어머님의 모습이 보이는듯 합니다.
그러면서 어머님을 한번더 떠올립니다.제 이야기를 듣고 계시는 분들은 부모님 살아계실때 정말 잘하시길 바랍니다.
저처럼 후회 하지 말구요.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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