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40에 느껴본 처음 느껴본 친정엄마의 사랑

유난히 감정표현도 말씀도 없는 친정엄마. 날 낳자마자 집을 나가시고 3년만에 돌아와서
어린 나를 단물(식혜)을 먹여 키웠다는 울아빠.그리고 돌아오자마자 내동생이생겼으니 나는 어린시절 엄마의 사랑이 절실히 필요할때 받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에 늘 의기소침에졌던 사춘기시절.
 
생긴 것 성격, 모두아빠를 닮아 웃길 잘하고 애교많은 나였지만, 애정표현한번 안하시는 친정엄마앞에서만은 늘 얼음처럼 굳었다.
 
결혼에서 시댁어르신의 다정다감을 느끼며 내 맘은 어느새 친정엄마보다는 시어머님이 더 가슴가까이 들어왔다. 미용실이나 친구들과 수다를 떨때 난 늘 친정엄마보다 울 시어머니를 더 사랑한다고 대놓고 애기도 여러번 했다.
 
 
나이 40이 되면서
나는 엄마 핸드폰에 문자를 남기기 시작했다.
[엄마, 비온다. 비오는 날만은 농사일 쉬고 푹 낮잠이나 주무시지....]
[엄마, 이번주 금요일에 갈건데 말하면 이것저것 준비할까봐 말안하고 갈거야.그때봐..]
[날이 덥다. 썬크림 바르고 들에 나가]
[엄마, 내가 엄마 사랑하는 거 알아? ]
물론 글도 모르는 엄마고, 문자사용법은 전혀 알 수없는 엄마에게 문자를 남기는 것은 나만의 쏟아내지 못한 애정을 푸는 방법이었다.
 
 
나혼자 그러는 동안 나는 엄마에게 서운한 감정, 그래서 나또한 엄마에게 딸답게 살갑게 굴지 못한 한풀이를 하는 듯 하여 점점 맘이 개운해져갔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나는놀고이쓴께염녀마라]
[그때보자 지다리고이쓰마.]
 
하며 뜬금없이 이런 문자가 날아왔다.
철자가 틀려서 한참 읽어야 뜻이 보이는 그 문자는 분명 엄마 핸드폰번호가 찍혀있었다.
 
 
그러더니,
오늘 또 뜬금없이 문자 하나가 들어왔다
[나도 사랑해  딸!]
 
사랑해.....이 말이 이 세상 말이 아닌 것처럼 너무 감동이 되어 눈물이 불쑥 올라왔다. 그리고는 오늘까지 내내  내 몸의 세포를하나하나 돌아다니는 것처럼, 지상에서 10센티 떨어져서 걷는 것처럼 이 세상이 온통 새롭게 느껴지고 있다.
 
 
엄마에게 40년동안 서럽고 얼어붙었던 그 맘이,그 세월이, 이렇게 순식간에 녹아흐를수 있다는 게 놀랍다. 가장 엄마에게 받고싶었던  사랑을 이제야 내 나이 40이 되어 이제야 닫힌 문을 열고 그 사랑을 느낀다. 나를 위해 아빠에게 퉁박당하며 글자를 배우고 문자보내는 것을 배웠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엄마, 고마워요.
문자가 아니었으면 이 바보같은 딸, 내내 엄마한테 서러운 감정만 쌓아놓고 세월을 보낼뻔 했어요. 앞으로 엄마께 못다한 효도 더 잘 할 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