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간의 고뇌

에피소드 하나..
할머니 어디가 아프세요?
어엉. 허리하고 다리..
그러면 그 부위로 찜질 대드릴께요.
어엉. 그랴.. 근데 할머니 댁은 어디세요?
어엉. 이 동네야.. 근데 총각... 언제 우리말을 배웠대?
예?? 무슨 말씀이신지.
외국인이 우리말을 참 잘하네이..
허걱!! 충격.. 할머니. 저 외국인 아니에요. 한국인 그것도 오리지날 한국인이란 말이에요.
어엉.. 그랴? 난 코도 솟대같이 크고 얼굴도 까맣구 해서 외국인인줄 알았네이.. 미안혀..
도처에서 키득거리는 웃음소리... 사실 전부터 동남아계통이 아니냐는 질문을 종종 받긴 했었다. 그래도 그렇지 ...
 에피소드 둘..
환자분은 결혼을 일찍하셨나봐요?
예..애들이 셋이에요. 어쩌다 보니 일찍 다 나았어요. 근데 선생님은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어떻게 보이는데요?
한 40대 중반쯤요..
허걱.. 네에? 정말요? 정말 40대 중반으로 보이나요? 저 정말 35밖에 안먹었거든요.
"예?? 저도 35인데.. 그럼 선생님하고 제가 동갑내기란 말인가요? 호호 누가  그렇게 볼까요? 호호호
전 선생님이 흰머리도 많고 이마에 주름도 많고 해서 한 40대  되는 줄 알았거든요.
호호호.. 미안해요."
미칠 노릇이다. 요약하자면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동남아계통의 물리치료하는 시카만 외국인 아저씨 아닌가...  머리며 옷이며 치장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수더분한 성격이라 되는데로 하고 다녔건만 갑자기 주눅이 든다. 아니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참에 마음 먹고 내 외모에 변화를 한번 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 환자분.. 미용실 하신다고 하셨죠?
네..
이왕 말 나온김에 머리에 변화를 한번 주고 싶은데 요즘 잘나가는 2PM 스타일로 해보면 어떨까요?
선생님이요???
네.. 목소리가.자못 비장하다.  내심 요즘 잘나가는 2PM 머리 스타일로 바꾸면 그때는 우리 환자분들이 뭐라고 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하지만 이내 나의 기대를 깨는 미용사 동갑내기분의 한마디가 귓청을 파고든다.
배경이 좋아야 2PM 헤어스타일도 어울리는 것이지 한다구 해서 개나소나 다 어울리는 건 아니랍니다.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되겠어요? 호호호
이게 뭐야?? 그럼 어찌 하라는 말씀인고..  이렇게 나이 30대 중반에 동남아계통의 40대 아저씨로 살아가기엔 너무 억울하답니다. 누가 제게 좀 젊어지는 방법 좀 알려주지 않으시렵니까?  (끝...)
 
 
p.s) 011-9668-8432 오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