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을 마감하고...

안녕하세요..저는 서수에 사는 최은주입니다.
 
지금부터 딱 2년전 봄에 저희 부부는 결혼 초부터 꿈꿔왔던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 이곳 서수문화 마을로
 
들어왔습니다. 
 
 
저는 올해 14살과 11살이되는 두 아들이 있는데 아이들이 어리다는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가 큰아들이
 
중학교에 가기전에 꼭 한번 시골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결심을 실천으로 옮기게 되었지요.
 
 
이곳에 이사와서 제일 먼저 진돗개 두마리를 사고, 우리부부는 고생끝에 한달동안 제법 근사한 개집을
 
만들었습니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폴리와 캡틴은 강아지를 흑구 두마리, 백구 두마리, 황구 두마리
 
너무나도 환상적인 배합으로 여섯마리의 강아지를 우리에게 선물했답니다.
 
 
작은 텃밭에는 상추, 시금치, 완두콩, 고추, 방울토마토, 배추, 열무, 파, 치커리, 케일등등 농사가 처음인지라
 
말그대로 뿌려만 놓으면 저저로 자란다는 야채종류로 심어두고 언제든지 마음껏 먹을 수 있었고 참나무
 
숯불구이를 맛보기 위해 많은 손님들이 다녀갔지요. 
 
또 제가 애써 돌보지 않아도 냉이며 쑥이이며 머위, 죽순, 고사리, 질경이 같은것 들은 때가되면 주변에
 
지천인지라 제철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었습니다.
 
 
가까이에 있는 저수지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붕어도 잡고 저수지의 물이 빠지면 우렁도 잡아보고 했지요.
 
작년봄에는 대야장에서 삼천원짜리 중병아리(중간병아리)10마리와 토끼 두마리를 사서 키웠는데 병아리는
 
6개월을 키웠더니 알을 낳더군요. 처음에는 황금알을 낳은듯이 너무나 신기해서 먹지 못하고 주위분들께 
 
선물만 했답니다.
 
금방 닭장에서 꺼내 온기가 가시기도 전에 계란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싶은 마음에 계란하나 
 
먹는것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토끼는 정말로 번식력이 어찌나 좋은지 두달만에 새끼를 낳는데 보통 7~8마리를 낳고 어미토끼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새끼토끼를 모두 물어 죽여버린다고 하니 토끼에게 모성애를 기대하면 큰코 다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희 토순이는
 
예외였던 모양입니다. 새끼를 한마리도 죽이지 않고  잘 키워줘서 고마웠지요. 
 
 
우리가 키우는 토끼말고도 산책하다가 보게된 산토끼와 아기고양이들 꿩과 딱따구리, 뱀과반딧불이...
 
 
이모든걸 뒤로 하고 저희는 중학교에 들어가는 아들을 위해 내일 익산으로 이사를 갑니다.
 
 
마지막밤을 보내며, 아이들과 함께 처음 이곳에 왔을때 느꼈던 상쾌한 아침공기와 쏟아질것 같은 밤하늘의 별과달들,
 
행복한 추억들, 또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 모두 잊지말자고 다짐해봅니다.
 
 
남편은 말합니다. 우리가 늙으면 가장 많이 생각나는 시간이 될것 같다고.....
 
 
그리고 저는 생각만하고 실천으로 옮기지 못했던 일들이 얼마나 많았었는지를 떠올려보고 망설임끝에 용기가
 
없어서 전원생활을 포기했다면 진정한 행복을 놓치고 말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행복한 삶을 위해서라면 용기를 내서 포기하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해봅니다.
 
 010-5001-0993  최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