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차동씨
전 딸하나 아들하나를 키우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온(돌직) 올해 마흔이 되는 아줌마랍니다.
연일 올해 최저 기온을 갈아치우는 매서운 날씨의 연속입니다.
아침 출근길에 점심을 해결할 요량으로 회사근처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 하나를 사서 사무실로 오던 중이었습니다.
날씨는 춥고, 채 녹지 않은 골목길은 어찌나 미끄럽던지 조심조심 걷고 있는데
"더워서 잠바를 벗었더니 쌀쌀하네"
조그만 리어카에 폐지를 가득 싣고 단단히 묶고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저랑 눈이 마주치시더니 하신 말씀입니다.
처음 뵙는 분이라 혼잣말이려니 했더니, 이내 손을 털고 일어나시더니 저를 앞장서서 걸으셨습니다.
"회사다니봐. 길 미끄러운데 조심해서 다녀."
"네"
짤막한 대답후에 어색한 짧은시간. 얼굴은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내가 아시는 분은 아니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곤 저 뒤에 있는 할아버지 리어카를 쳐다보며
"요즘 폐지를 실은 리어카를 훔쳐가는 도둑이 많다던데. 리어카 저기 두고 어디 가세요?"
하고 물었죠. 제가 쓸데없는 걱정을 좀 많이 하는 편이라서..
"딸이 알면 난리나거든. 같이 안사니까 이것도 하는거지. 하지말라고 어찌나 잔소리를 하는지..
근데 집에 있으면 뭐해. 몸은 이렇게 성한데. 그래도 딸이 알면 안돼.."
"네? 예!...."
그렇게 말씀하시곤 리어카에서 한블럭 정도 떨어진 한옥집에 대문을 여시고 들어가시더라구요.
아마 할아버지 집이겠죠..
채 인사도 못하고 헤어진후 혼자걸으며
'맞아요. 건강하실때 움직이셔야죠'
'따님이 걱정하시니까 추운 겨울은 집에 계시고 날이나 풀리면 활동하세요'
'따님 말씀좀 들으세요. 이젠 집에서 편히 쉬셔도 되실 나이시잖아요.'
일흔이 훌쩍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참 여러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자식들을 위해 노력하시면서 사셨겠죠.
이젠 용돈이라도, 손주들 과자라도 살주실 생각으로 추운 겨울길을 다니시겠죠.
따스한 말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하고 잠깐 스친 인연이었지만
참 낯설지 않은 온기를 느낄수 있는 분이었습니다.
저녁엔 시어머니와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해야겠습니다.
"추운 날씨 일다니시기 힘드시죠"라고 죄송한 물음이라도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참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송애자 010-6687-5659
전주시 덕진구 진북동 동국아파트 107/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