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방송분

지난 해 3월... 건강하시던 아빠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셨습니다.

그 후 왼쪽 전신마비라는 큰 후유증을 가지고 퇴원하신 후

휠체어를 두 다리로 여기며 생활하신지 벌써 1년 8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네요...

몇 달 전엔 재활운동을 하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고관절수술까지 받으신 후

통증이 심해 더욱 힘들어 하십니다...

마침 결혼한지 6년째 아이가 생기지 않아 직장을 그만 둔 제가

아빠의 간호를 자청했죠...

 

늘 어렵게 입을 떼 말씀하십니다... 미안하다... 고맙다...

저는 당연하게 자식 된 도리를 하면서도 그런 말을 듣는 게 부끄러워

애써 못들은 척 하고 말죠... 매일 세수를 시켜드리면서 느낍니다..

아빠 눈은 이렇게 생겼구나.. 코도... 입도... 이렇게 생겼구나 ...

또 발을 씻겨 드릴 땐, 아빠 발이 이렇게 작았었나...

30년넘게 봐온 아빠의 몰랐던 것들이 이제야 하나 둘... 보이더군요.

무뚝뚝하고 엄격하던 아빠... 또 제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자취생활을 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떨어져 지내서 그런지,

늘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제는 매일을 함께하니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됐네요...

이젠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있습니다...

장애로 발음이 잘 되지않아, 다른 사람은 못 알아듣는 말들도

전 다 알아듣게 됐거든요...

가끔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견뎌야 할 땐... 이렇게 살 바엔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씀 하십니다... 여러사람 고생시키는 것 같다구요...

 

그럴 때면 눈물을 참으며 아빠를 달래곤 합니다.

건강하셨을때, 이렇게 아빠와 가깝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았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빠가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아빠는 모르실겁니다...

제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부모님 생전에 효도 못한 게 많이 후회스럽다구요...

그 얘길 들을때마다... 매일 아빠께 사랑한다고 말씀드립니다...

아직은 몸은 많이 불편하시지만... 재활훈련을 열심히 해서...,

따뜻한 봄날.. 어디든 모시고 떠날 생각입니다...

이젠 두 다리와 두 팔이 되어줄 가족들을 믿고...

힘든시절을 잘 견뎌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빠 사랑합니다...

 

 

사연보내주신 이선희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