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7일 방송분

친정부모님이 갑자기 저희집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오셨습니다.

그간 남원에 계셨던 부모님을 자주 찾아뵈질 못했던 터라..

누구보다도 반가워했습니다. 집도 알아봐드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이사까지 도와드렸는데... 그 반가운 마음도 잠시... 너무 가까이 계신데도

발걸음이 뜸해지도군요... 남편은 일년내내 농사짓느라 바쁘고

저도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늘 아이들 돌보는 건

친정 부모님 몫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늘 반찬을 만들어서 보내주시고

아이들 과자.. 옷 등을 사다주시곤 하죠...

시골에서 농사짓는 남편에게 시집와 고생한다며

안쓰러운 딸을 애틋히 여기시던 아빠...

덕분에 무뚝뚝하고 무섭게만 여기던 아빠와도 친해졌고...

늘 고마운 마음에 보답할 길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아파트에서 전원주택을 직접 짓고

이사를 하신거죠... 아빠께서 동료분들을 모아 집들이를 하신다길래

이때다 싶어, 제 요리솜씨를 발휘할 겸...

그간 아이들 챙겨주신 마음에 보답할 겸 주방일을 도와드리러 갔습니다...

저녁시간이었고... 집에서 제가 오기만을 기다릴 남편이 생각나더군요...

그래서 음식도 많고, 아빠 동료분들에게 인사시키면 좋을 것 같아서

전화해 불러야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아빠는 기름값들여 뭐하러 오냐며,

배고프다고 하면 음식을 챙겨서 갖다주라더군요...

순간 ...시골에 농사짓는 당신 사위가 창피해서 저러시나 싶어,

그길로 저는 잔뜩 토라져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내내 차안에서 서러운 눈물을 쏟았죠... 아빠가 하신 말들이...

그리고 별것도 아닌 일에 속상해하는 제 자신도 너무 싫었거든요...

 

집으로 돌아와 마음을 진정시키고 생각해보니,

진심으로 오고 가고 하느라 번거로울 사위걱정으로 하신말씀을

서운해 하는 제 자신이 너무 창피하더군요...

아빠의 깊은 마음.. 그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

평상시에 한없이 받기만 하면서 말이죠...

아빠께 죄송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고민했습니다...

건강하게 제 곁에 있어주시는 것 만으로도 감사해야하는건데...

아이 셋 낳고도 아직 철이 덜들었나봅니다..

오늘은 아빠께 달려가... 어렸을 때처럼 예쁜 딸 노릇 하고 싶네요...

 

사연보내주신 김혜진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