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방송분

날마다 식탁 앞에 앉아서 남편이 하는 소리가 있습니다...

''우리 옛날에 군산 갔을때 거기 있잖아. 된장찌개도 맛있고..

겉절이도 맛있고... 그래 거기 !! 거기보다 맛있는 식당은 없었던거 같애.

아~ 거기 한번만 더 가봤으면 좋겠다 ~ "

회사에서 일이 많아 지치고,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 관리 때문에

휴일에도 출근할 때가 많은 남편이 요즘 입맛이 없다고 기운없어 하더군요...

시어머니께 부탁해서 된장찌개을 보내달라고 해도

그 맛이 아니라며 먹는 둥 마는 둥, 남편의 입맛을 되살릴 순 없었습니다.

나름 요리를 할 줄 안다고 자부하던 저도...

번번히 퇴짜를 맞고보니, 식사시간이 다가오면 스트레스가 되더군요...

 

그렇게 꿀꿀한 날들을 보내던 어느 날..

모처럼 쉬는 남편이 아침 일찍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하라더군요...

같은 아파트 사는 친정언니와 친정엄마까지

시간되는 사람들은 모두 부르라면서 말이죠...

그래서 아들을 포함한 우리 세식구와 친정엄마.. 언니네 네식구가 모여

남편의 주도하에 군산으로 향했습니다...

친구 결혼식에서 음식이 영 맛없었다며 지나는 길에 들렀던 군산의 한 식당이...

무척 그리웠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생애 최고의 음식을

처가식구들에게 대접하고 싶다며, 간판도 기억못하는 식당을 찾아 나선거죠.

고마운 마음에 출발하긴 했지만,

단 한번 찾았던 식당을 찾기란 쉬운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남편은 포기하지 않고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서

군산 시내를 한바탕 헤집었답니다.

 

어느덧 시간은 오후 3시... 식구들 뱃속에서 꼬르륵소리가 나기 시작했지만

남편은 조금만 참으라고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죠...

해매던 내내 실추된 자존심을 만회하려던 노력은 결국 허사로 돌아갔고...

그냥 길가에 눈에 띈 식당에서 대충 허기진 배를 채우는 내내 남편은 아쉬워서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더군요... 급기야 불만 가득 섞인 표정을 한 남편에게

짜증을 냈습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이 많은 식구들을 데리고 온거냐"면서요.

입밖으로 말이 나오자마자 후회를 했습니다. 그래도 친정식구들 챙겨준

고마운 남편인데 말이죠... 이제 바빠질 것 같습니다..

남편이 먹었던 그 맛있던 된장찌개과 겉절이.. 제 힘으로 만들어 주고 싶네요...

 

사연보내주신 김명희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