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 방송분

몇해 전... 급하게 필요하게 됐다며, 언니가 돈을 빌리러 찾아왔었습니다...

솔직히 남편 몰래 챙겨뒀던 비상금이 있었지만,

저도 당시 둘째를 낳느라 휴직상태였고...

아무리 친한 친구나 형제간일수록 돈관계는 깨끗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기에,

"가진 돈이 없어 미안하다"는 말만 건넸습니다...

언니는 재차 부탁했지만 내 비상금이 없어진다는거에 차마 용기가 나질 않더군요...

평소 자존심에 쎈 언니였습니다. 학창시절, 일기장을 누가 들춰보기라도 하면...

그날은 온 집안이 발칵 뒤집어지는 언니였고... 형부를 만나서 결혼할때까지...

개인 사생활을 철저히 지켜왔던 언니였기에,

아무도 언니에게 만나는 남자가 있는지 눈치 채지 몰랐을 정도였죠...

그런 언니가 제게 돈을 빌려달라는 얘기를 꺼냈을 땐...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텐데, 전 언니의 그 어려운 첫 번째 부탁을

거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안방 화장대에 있던

결혼예물이 전부 없어졌습니다. 값나가는 각종 악세서리는 모두 모아놨는데,

한꺼번에 없어졌더군요... 저는 이성을 찾을 새도 없이 언니를 떠올리고 말았습니다.

전후상황을 살폈어야 했는데... 갑작스러운 상황에 직면하니

저도 모르게 어리석은 생각이 들더군요... 언니를 의심했고,

친정엄마에게 전화해서 모든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남편에게는 아무말 못하고 혼자서만 끙끙대기엔 버거운 일이더라구요...

엄마는 그럴리 없다고 했지만, 그 말에 또 서운해서 제 마음은 확고해졌습니다.

 

그렇게 서로 오해만 잔뜩 쌓아논채,

2년간 친정에 발길도 하지 않았습니다. 언니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고,

언니를 두둔하는 엄마도 미웠죠... 지금 생각하니 참 어리석네요...

어느 날 언니가 찾아와 말하더군요... 제가 그럴 줄 몰랐다구요...

아무리 못나도 동생의 물건에 손을 대는 언니로 비춰졌다는 사실이

너무 자존심 상하고 가슴 아프다며, 자신의 신세한탄을 늘어놨습니다.

눈물흘리는 언니 앞에서 가슴에 진 멍이 풀리는 느낌이더군요.

제가 그동안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언니에게 어떤 상처를 줬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눈물을 흘리며 돌아갔던 언니...

각자 사느라 바빠, 명절에나 겨우 얼굴을 볼 수 있는 언니가

갑상선 수술을 합니다... 간단한 수술이지만 무척 걱정이 되네요...

언니가 기운내서 수술이 무사히 끝나길... 간절히 바랍니다...

 

 

사연보내주신 김영란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