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 방송분

오랜만에 온가족이 모여 배부르게 식사를 했던 며칠 전 저녁이었습니다...

이제 방에 들어가 숙제하라는 아빠의 호령에

큰 아들은 다 했다며 거실에서 TV보며 깔깔거리고...

둘째 아들만 입을 잔뜩 내민채 방으로 들어가... 하기 싫은 숙제노트를 펴들더군요.

늘 아빠가 늦게 들어올 땐,

맘 약한 제게 '엄마 조금만.. 엄마 이것만 보고...' 하며 TV를 장악했는데,

모처럼 일찍 들어온 아빠의 존재가 불편했을 겁니다...

 

둘째를 좀 달래줄까 싶어, 함께 책상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데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휴대용 오락기를 사달라고...

돈 모아서 크리스마스에 사기로 약속한 걸 들먹이며 안된다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갑자기 심각한 목소리로 말하더군요...

"엄마, 나 산타할아버지의 비밀을 알고 있어... 내 친구가 그러는데,

산타할아버지는 학원 선생님이래... 변장해서 선물 주는거래...

사실은 사슴도 없어서 차타고 다니는 거래..."

 

소리 없이 웃음을 참느라 눈가에 눈물이 맺힐 지경이었는데

모든 걸 체념한 듯, 덧붙여 말하더군요.

"진짜 산타할아버지가 있다면... 아마 나한테 휴대용 오락기를 사줄거야..."

간절히 바라는 둘째의 소원을 들어줘야 할지...

그렇게 해서라도 산타할아버지가 찾아올 거라는

순수한 믿음을 지켜줘야할지 고민스럽더군요...

 

아이들이 어릴 땐,

굴뚝 없는 우리 집에 산타할아버지가 어떻게 오지... 하는 걱정에

착한 우리 아들을 위해서라도 사슴은 매어놓고, 택시타고 오신다는 거짓말로

안심을 시키곤 했는데... 이젠 더 이상 통하지 않으리란 걸 알게 됐습니다.

어느덧 자라 초등학교 6학년, 4학년이 된 두 아들...

조금씩 세상에 대해 알아가고... 크리스마스에 아무리 기다려도

산타 할아버지는 절대로 썰매타고 오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겠죠...

 

세월이 흐르면, 사춘기를 통해 몸도 자라고 생각도 자라겠지만,

지금처럼 엄마에게 행복한 웃음을 전해 줄 순수한 마음만은

잃지말고 늘 간직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사연보내주신 문민아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