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6일 방송분

잠을 깨어보니 새벽 3시더군요... 며칠 뒤면 군입대 하는 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허전해서 잠을 설쳤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 입대일이 되면 또 어떨지 걱정이 크네요...

그래서 지난 19년.. 아들과 울고 웃었던 시절을 회상하며 모닝쇼에 편지를 씁니다.

 

큰 딸을 낳은 뒤.. 자궁외 임신과 난관을 뚫는 수술까지 한 뒤라

임신을 못할꺼라는 진단을 받고 8년만에 어렵게 얻은 둘째 준호...

너의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너무너무 기뻤단다...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누나를 작은엄마라 부르며 말 잘듣는 동생이었고,

반찬투정이나 편식 없이 엄마가 해주는 음식은 뭐든 잘먹어서 착한 아들이었어...

손재주가 많았던 넌, 초등학교에 들어가 여자친구들의 부탁으로

만화 속 주인공을 그려주느라 쉬는시간도 바쁘게 보냈고...

십자수 선물로 온 가족을 감동시키기도 했었지...

 

노래도 잘해서 노래자랑에 나가기도 했고,

SG워너비의 노래를 잘 불러서 종종 신청곡 받아 부르기도 했잖아.

그럴때마다 너희 아빤.. 아빠 닮아 그렇다며 어찌나 좋아하던지...

이제는 한동안 아무때나 너의 노래를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많이 아쉬워..

사립대에 입학해서는.. 국립대 장학생이었던 누나의 4년 등록금보다

네 등록금이 더 많이 나왔다며 미안해 하던 아들...

공부는 누나가 잘했으니, 똑똑한 딸로... 만족하라며

학비 보탠다고 아르바이트 하느라 고생 많았을텐데도 엄마 도와준다며

집에와선 청소하고 세탁기도 돌려놓던 네 덕분에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를거야...

누나 역시, 엄마 못지않게 동생 군대보내는 게 마음아픈지...

가족끼리의 추억이 부족하다며 경주로 여행가자고 졸랐었어.

마지못해 가는 척 했지만, 그때 찍어놓은 사진이.. 아마 2년내내 큰 힘이 되겠지?

퇴근해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고 피로회복에 좋다며 발마사지 해주고..

아빠가 잠들어 있을 때 조심스레 발톱을 깎아주던 아들..

그런 아들 없으면 서운할거라는 아빠 기분풀어주겠다며 낚시터도 따라다녔던 너...

2년동안 보고싶을 때마다 생각하라며 잠옷 사줬는데... 아까워서 입을 수나 있을지..

 

머리깎은 네 모습을 보고나서야 비로소 실감하게 됐어...

이렇게 잘 자라준 내 아들 준호가 대한민국의 군인이 된다니...

허전한 마음에 자꾸 눈물이 나는구나... 힘들어도 잘 이겨내리라 믿고

씩씩하고 늠름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그날까지.. 건강하길...

 

 

사연보내주신 김명순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