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방송분

이제 나흘 후면 제 곁을 떠날 딸아이를 생각하니

한편으론 기쁘기도... 한편으론 섭섭한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습니다...

어느새 이렇게 세월이 흘렀는지, 제가 결혼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딸이 결혼을 하고...

친정엄마라는 자리에 제가 서게 됐네요...

 

흘러간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남편이 혼자 벌어온 월급으로, 세 아이를 키우다보니

예쁜 옷, 친구들 하나쯤은 있는 브랜드 신발 한번 사준 적이 없었습니다.

저도 아등바등 생활비 보태겠다며 뛰어다니며 일하느라

맛있는 도시락 한번 챙겨 보낸 적도 없었죠...

그게 제 평생 한이 됐는데, 제 마음을 고스란히 읽기라도 한 듯

다들 착하고, 바르게 자라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다른 집들은 아이끼리 자라면서 많이 다퉈 걱정이라던데,

우리 삼남매는 한 번도 큰소리 난적이 없었던거 같습니다

둘째인 아들은 서울에... 막내 딸은 군산에 있는데,

명절이나 기념일에 한 번씩 모이면 잠시도 떨어져 있으려고 하지를 않거든요.

큰 딸은 특히,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늘 제 뒤를 쫓아다니며 이것 저것 챙겨주려고 애를 씁니다.

"엄마~ 뭐해줄까?" "엄마~ 그만하고 쉬어.." "엄마~ 내가 귀 후벼줄까?"

어느새 다 커, 절 보살피려고 하는 딸의 모습에

몰래 눈물을 훔친 적도 있었습니다...

어차피 멀지 않은 곳에 살림차리고 살텐데...

제 딸을 먼곳으로 뺏기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허전한 제 마음을 달랠 수 있을까 싶어,

몇 달 전부터는 주말마다 절에 찾아가 부처님께 간절히 기도합니다...

부디 어긋남 없이, 기쁨의 눈물만 흘릴 수 있도록 보살펴 달라고 말이죠...

최근 다녀온 가족여행이 생각납니다...

딸아이가 가자고 성화를 부려 끌려가듯 다녀온 20년만의 가족여행...

너무나 즐겁고,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네요...

세상에 자식을 둔 모든 부모들이 같은 마음이겠죠.

제가 가진 행복 덜어서라도 주고 싶은 마음...

이 마음이 전해져 평탄한 앞길이 펼쳐지리라 믿습니다...

 

 

사연보내주신 김 순 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