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 방송분

며칠 전.. 저녁을 먹고 거실 쇼파에 앉아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울에 사는 시누이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시골에 혼자계시는 어머니께서 하루종일 전화를 받지 않으셔서

걱정되는 마음에.. 혹시 집에 와있나 해서 전화했다는겁니다.

 

어머님과 13년간 같은 동네에 살다가, 작년에 전주 시내로 이사를 왔습니다.

한 동네에 살면서, 어머님의 심부름이 많을 땐 귀찮아서 꾀부리기도 했고,

가까운 곳에 있으니 자주 들여다 봐야 한다는 중압감에

스트레스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큰아이 중학교 입학을 핑계삼아 이사했고,

제 나름대로의 자유로움을 마음껏 누렸습니다.

늘 호출이 떨어지면 밤낮을 불문하고 달려가야 했었지만,

이젠 가끔 찾아뵈도 된다는... 해방감이 무척 크게 느껴졌죠.

 

그러던 차에 시누이의 전화를 받고나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군요.

알아보고 전화주겠다고 안심시켜놓곤, 어머님 친구분들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나같이 오늘은 만나질 못하셨다더군요.

부랴부랴 남편과 어머님 댁을 찾아 달려갔습니다.

가는 차안에서 별의 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몇 달 전 저혈당으로 의식을 잃어, 구급차에 실려가신 적도 있습니다.

당시 조금만 늦었더라면 큰일 날뻔 했었죠.

그래서 더욱 마음이 초조했고... 해서는 안되는 위급상황까지 떠올랐습니다.

어머니댁에 도착하니 역시나 불이 꺼져있었고,

불안한 마음에 집안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계시질 않았죠.

다행히 혼자 계시는 동안 별일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았기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어머니를 찾아 동네를 돌아다녔지만,

어머니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한시간 남짓을 해매다 다시 어머님 댁으로 갔더니, 불이 환하게 켜져 있더군요.

그 불빛이 얼마나 반갑던지... 종일 어디계셨냐고 물으니,

그냥 이곳 저곳 심심해서 마실을 다니셨다고 하더라구요...

자식들 걱정하게 해서 미안하다면서요...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님을 보살펴드리는 일을 귀찮아 했던 지난 시간들이

무척 후회스럽고, 남편앞에서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어머니가 살아계신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효도했어야하는데...

그 존재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늘 고마운 존재... 어머님이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연보내주신 유영란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