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 방송분

어느덧 세월이 흘러 결혼 18주년 기념일이 되었네요...

서른 살... 늦은 나이에 친구 소개로 만나 1년을 연애했습니다..

듬직하고 남자다운 모습에 반해 결혼을 하게 됐죠.

여느 신혼부부들이 그렇듯,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우리가 낳은 아이들과 함께 이루는 든든한 가족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제게 엄마가 되는 기쁨을 그리 쉽게 주진 않더군요...

아이가 생기길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이름난 병원을 찾아다니며

인공수정 부터 시험관아기 까지 안해본일이 없지만... 제 아기집이 너무 차가워서

임신이 불가능 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로는 아이가 있는 집에 놀러가는 것도 꺼려지더군요...

저는 괜찮았지만... 제 눈치를 보는 아이엄마들...

먼저 임신한 시누이들조차 불편해하는 것 같았거든요...

 

결혼한 지 6년이 되던 해, 맏아들인 남편을 생각하고...

시골에서 애타게 손주를 기다릴 시부모님들을 생각해 입양을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반대하더라구요... "내 핏줄이 아닌데 어떻게 자식으로 여길 수

있겠냐"면서 말이죠... 그러던 중, 시누가 아이를 낳았고

예쁜 여자조카를 1년간 키워줬습니다...

갓난아이였던 조카가 어느새 말을 배워 엄마, 아빠 하며 우리 부부를 따르니...

그만한 행복이 없더군요. 그러다보니,

주말에 아이가 엄마 아빠에게 가 있는 동안..그 허전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죠. 1년이 지나, 곁에서 떠나보내려 하니

남편도... 저도... 무척 서운하고, 밤마다 눈에 밟히더군요...

그제서야 굳건하던 남편도 입양을 허락했고,

결국 이쁜 딸 하은이를 가슴으로 낳아 키우게 됐습니다...

 

하은이와 함께한 이후부턴 너무 행복한 일들만 펼쳐졌습니다...

서른아홉에 내 아이로부터 듣는 '엄마'소리..

너무 황홀하고 벅차서, 세상 사람들에게 소리치고 싶었습니다..

"나도 이제 엄마다!! 하은이는 내 딸이다 !!"

그 동안, 불임으로 애태우는 맏며느리에게 불평불만 없이 격려해주신 시부모님...

그리고, 변함없이 사랑해준 남편에게 너무 고맙다는 말...

늦었지만 꼭 전하고 싶습니다...

너무나 부족한 게 많은 제게...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남편과,

예쁜 딸이 있어서 행복하기만 합니다... 이 행복... 영원히 누리고 싶네요...

 

사연보내주신 백희선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