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달 동안 계속된 철야근무에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었습니다.
불황의 여파가 남아있다보니, 사무실 분위기도 좋지 않고...
집과 사무실의 생활이 반복되다보니, 삶의 여유를 잊고
얼굴엔 피곤기가 쌓인채 살게 됐죠...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 생긴 스트레스를 집에다 풀게 되더군요...
급기야 늘 짜증을 받아주기만 하던 아내도 많이 지쳤나 봅니다...
하루 종일 직장에서 일하고, 집에 와서는 아이들 챙기고...
한숨 돌릴라 치면 " 밥차려달라... 집안 꼴이 이게뭐냐 "
퇴근해 돌아온 남편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거든요...
그렇게 평범한 듯 보이지만 언제 터질 지 모르는 폭풍전야...
저는 저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서로에게 불만이 쌓여 있었거든요...
며칠 전이었습니다... 여느때처럼 늦게까지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문자메시지를 보냈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생태찌개를 끓여 놨으니,
다른 데 들르지 말고 곧장 집으로 오라구요...
순간 하루종일 쌓인 피로가 확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또 얼큰한 생태찌개에 소주한잔 하며..
그간 소원했던 아내와 대화도 술술 풀릴 것 같은 기대감에 젖어있었죠,
헐레벌떡 집에 들어가 신발을 벗으려는데,
구석에 널부러져 있는 아내의 신발이 눈에 띄더군요.
아마도 장 보고와서 서둘러 벗어놓으려다가 뒤집어진거겠죠...
그런데... 그 두껍고 높던 아내의 뒷 굽이 다 닳아 있는겁니다...
키가 작은 게 콤플렉스인 아내.. 늘 높은 굽만 신고다녔는데...
그. 굽이 다 닳도록 신고다녔나보네요...
늘 들락거리던 현관.. 왜 늘 번쩍이는 제 구두만 생각했는지,
아내의 신발을 한번도 쳐다봐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너무 미안했습니다...
빠듯한 살림에, 기 살려주겠다고 남편 구두는 좋은 거 사주면서도
정작 본인 신발에는 인색했군요...
신발을 바르게 놓으며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늘 아이먼저, 남편먼저인 천상주부..
가정을 책임지는 남편을 늘 존경한다는 아내의 말들이
갑자기 무거운 책임감으로... 또 아내에 대한 사랑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날 밤... 정성껏 끓여진 시원한 생태찌개를 먹으며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느꼈습니다
사연보내주신 김현석씨... 감사합니다...